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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화장은 소위 '일진'들만 했던 일탈 행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 청소년의 화장은 하나의 문화를 넘어 자연스런 행동으로 자리잡게 됐고 오히려 학생의 인권과 연관된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는 학생들의 '꾸밈'이 도리어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그들을 속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대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 갈 때 입술 화장뿐 아니라 파운데이션으로 얼굴을 밝히고 섀도우,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블러셔 등 '풀 메이크업'을 장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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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치마가 길고 화장을 하지 않으면 같은반 남학생들 뿐 아니라 여학생들에게도 뒷담화 대상이 되기 일쑤다.
화장을 하는 건 당연히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부끄러워하며 마스크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는 자신을 자유로운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최근 SNS에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학생이 겪는 코르셋'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학생들은 '예뻐보이기' 위해 자신이 했던 행동들과 꾸미지 않아서 겪었던 일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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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한 누리꾼은 "여고인데 눈물 흘리면서 렌즈 끼고 결막염 걸려서 눈이 빨간색이어도 렌즈를 낀다"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서로 화장에 대해 칭찬하고 화장하지 않은 친구에게는 아파보인다, 틴트좀 발라라는 소리를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 중학생에 재학 중이라는 누리꾼은 "요즘엔 학교에서 틴트나 미백선크림 등 화장을 하지 않으면 찐따취급을 당한다"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꾸미지 않은 학생들에게 날아오는 왜곡된 시선도 있었다. 성인이 된 누리꾼은 "화장을 하지 않은 여학생들을 향한 일진 남학생들의 조롱이 기억에 또렷하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소녀괴담'
학생들이 눈이 아파도 컬러렌즈를 끼고, 화장을 하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못생겨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격하다 못해 일상을 옥죄는 외모 기준을 부당하다 느끼게 된 학생들은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또래와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을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방법을 배우고 또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