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

'무자격' 의무병 복강경 수술에 참여시키며 '불법 진료' 지시한 군 간부

인사이트

SBS '8시 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군대 간 자식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달리, 군내 의료 체계는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0일 SBS '8시 뉴스'는 수도권의 한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최근 전역한 의사 A씨의 증언을 토대로 군의료 시스템의 현실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A씨는 자격이 없는 의무병이 수술실에서 보조를 맡고, 엑스레이 촬영까지 한다고 고발했다.


A씨가 말한 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고 수술 도구와 카메라를 집어 넣어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이었다.


만약 구멍을 3개 뚫었다면 손이 2개 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는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 일을 무자격 의무병이 한다는 것이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복강경 수술은 의사도 관련 교육을 받고 투입할 정도로 세심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해도가 없이 복강경 수술을 무리하게 진행하면 장기 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수술에서 관련 지식이나 기술, 면허가 없는 의무병이 참여하고 있는 셈.


또다른 군의관 출신 의사 B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털어놨다.


그는 "비전문 인력과 함께하니 고도로 집중해 빨리 끝낼 수가 없다. 1시간 수술을 3시간, 4시간씩 한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에게도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문제는 군의관이 이를 상부에 보고해도 간부가 묵인한다는 것이다. A씨는 군 병원장에게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냥 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군병원에서 발견된 문건에 따르면 병원장은 2016년 부임 직후 "비의료인의 불법 진료 문제는 국군 의무사령부와 병원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병원장이 책임 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진료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의무병은 수술실 보조 외에도 엑스레이 촬영, 오더 입력, 야간 진료 5분 대기조 등 각종 무면허 행위를 도맡아야 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군 의료 체계. 국민들은 관련 병원장과 의무사령관 등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와 관련 국방부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장병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우리 장병들이 보다 전문적인 의료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국방개혁 2.0에 포함하여 군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