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시켜주세요"…도 넘은 '청와대학교 대나무숲' 국민청원 근황

인사이트왼쪽부터 이홍기, 수지, 이광수 / Instagram 'skullhong12', 'skuukzky', 'masijacoke850714'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변질되고 있어 문제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모델 겸 배우 이광수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26일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 그룹 AOA의 혜정에게 "꽃뱀이냐"고 물었다는 이유다.


이광수뿐만 아니다. 최근 BJ 철구 방송 시청으로 논란이 일었던 이홍기, 유튜버 양예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합정 모 스튜디오 실장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공개 지지한 수지도 '처형 대상'이었다.


인사이트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이처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자극적이고 황당한 요청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8월 처음 국민청원 게시판이 문을 열었을 때는 추천인 수에 따른 답변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게시판은 개설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10만 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논의를 거쳐야 하는 백악관 국민청원과 비교해 너무 많은 숫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사이트뉴스1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하루가 멀다고 20만 명의 지지를 돌파한 청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완료된 청원 답변만 30개, 앞으로 답변을 기다리는 청원이 6개다.


20만 명이라는 숫자에 이토록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청원 게시판은 SNS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3가지 계정으로 동의를 할 수 있다.


인사이트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문제는 세 가지 계정으로 각각 동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1가지 사안에 1인당 3번까지 지지가 가능한 셈이다.


공론화 수단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용되고 있지만 쉬운 동의는 자칫 여론몰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냄비처럼 쉽게 들끓는 여론의 특성상 신중한 청원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언론이 아닌 시민이 사회적 이슈를 주도하고 법 개정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국민청원 게시판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리라 본다.


그간 소년법·낙태죄 폐지, 개헌안 지지 등 국민이 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직접 표출했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분명 국민청원 게시판에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대목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쉬운 동의는 국민의 목소리를 거꾸로 축소·왜곡 시키기도 한다. 1인당 3번씩 동의한다고 가정했을 때 7만 명 정도만 동의하면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원의 진정성을 퇴색시킬 수 있다. 특히 특정인을 겨냥한 마녀사냥이 판을 치는 요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더욱 신중한 동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변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는 실명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3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익명성을 이용한 무분별하고 장난스러운 국민청원을 막기 위해 국민청원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실 확인과 검증 작업이 어려운 청원의 문제점을 다수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형청원이 난무하는 '청와대학교 대나무 숲'으로 전락해버린 국민청원 게시판에 큰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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