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일)

"10년 전 나를 모텔로 데려가려 했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존경하기까지 했던 그 사람, 이젠 끔찍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옛 선생님의 얼굴에서 생각도 하기 싫은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한 여성.


이 여성이 전한 사연에 수많은 누리꾼이 분노를 표출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대 여성 A씨가 재수생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험 준비를 위해 독서실을 알아보는 중이었다는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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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린 독서실에서 A씨는 재수학원 선생님이던 B씨와 마주쳤다.


그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말았다.


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을까. 그 사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재수를 준비하며 한 학원에 등록했다. 그곳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담당하던 선생님 B씨를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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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르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학원 교무실을 찾아 B씨에게 질문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그 덕분에 해당 과목 만점까지 받으며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A씨는 종종 B씨와 만났다.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힘든 재수생 시절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A씨와 술을 마신 B씨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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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쪽을 가리키며 A씨를 끌어당긴 것. 그녀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이후 B씨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존경했던 마음이 컸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그 일이 있은 뒤 B씨가 근무하던 곳만 봐도 조마조마해서 고개를 돌리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는 A씨.


그러던 A씨가 10년 만에 B씨와 마주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A씨에 많은 누리꾼이 안타깝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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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계각층에서 성범죄에 대한 미투 운동이 뜨겁다. 성폭력을 당했거나 A씨처럼 위기의 순간 직전까지 갔던 이들의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서울예대 재직중이던 한 교수를 향한 미투글이 게재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만큼이나 문제가 됐던 것은 그 교수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한 같은 학교 남자 선배들이었다.


08~09학번이던 남자선배들에게 성폭력을 당할뻔 했던 14학번 여학생들이 그 사실을 폭로했지만, 해당 교수는 제대로 된 조치는 커녕 강제 휴학 후 졸업하도록 만들었다는게 글의 요지다.


이후 피해 사실을 호소한 여학생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과 약을 먹었고, 그 해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미투 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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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충남해바라기센터 연구팀은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성폭력 피해자 40명과 일반인 83명의 정신과적 임상특성을 비교하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가 60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맞먹는 수치라고 알려졌다.


A씨가 직접적으로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중요한건 그녀가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악몽'을 연상시킨다는 것 아닐까.


마음속에 꽁꽁 숨겨둠채 상처를 키우기 보다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하루 빨리 그녀가 '그날'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