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순직'이 아니랍니다"…하루아침에 소방관 남편 잃은 아내가 올린 글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4년간 화재진압에 힘써온 40대 소방관이 고강도 훈련 직후 급성심정지로 사망했지만 순직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하루 아침에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를 잃은 아내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문을 올렸고, 이 글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도높은 훈련 후 사망한 소방관의 순직처리를 촉구하는 아내 A씨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앞서 A씨의 남편 B소방관은 지난 10일 오후 8시 34분께 사흘 동안 부산소방본부에서 실시한 소방전술훈련을 마치고 자택에 돌아오자마자 급성심정지로 사망했다.


인사이트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


A씨에 따르면 B소방관이 사망 직전 받은 소방전술훈련은 배테랑 소방관들조차 실전과 맞지 않는 무리한 고강도 훈련이라고 불만을 토로해왔던 훈련이다.


해당 훈련은 30kg이 넘는 화재진압복과 장비 등을 착용한 뒤 1층부터 9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릴 뿐만 아니라 체력, 경력, 나이, 개인 상황 등 어느것 하나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간부 교관이 골프채를 들고 위협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 언어폭력까지 있어 극도의 긴장 속에 훈련이 진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B소방관 역시 훈련 한 달 전부터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팔의 인대를 다쳐 무거운 것을 들 수 없는 상황임에도 팀원들에게 과중될 것이 우려돼 어쩔 수 없이 훈련에 임했다는 것이 아내 A씨의 주장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B소방관이 사망하고 나자 훈련관계자들은 "일반적인 훈련이었다"며 해당 훈련을 잠정 중단했다. 


또 "자택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순직처리가 어렵다"며 훈련과 사망의 관련성을 짓지 않으려 했다는 것. 동료 소방관들에게 역시 훈련에 대해 유가족에게 말하지 말라는 입단속 정황도 포착됐다. 


아내 A씨는 훈련을 받고 자택에서 오자마자 사망하여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 장소에 따라 결정되는 불합리한 '위험순직' 기준에 대해 꼬집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그러면서 아내 A씨는 국민청원에 "무리한 훈련을 받고 희생양이 된 듯 갑자기 사망한 것도 억울한데 집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위험순직처리도 불투명하다"며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도 위험순직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6살 아들은 아직도 아빠를 잃은 슬픔이 무엇인지,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는지도 모르고 아빠를 찾는다"며 "아직 아빠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줄 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어 "적어도 아이들에게 아빠가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으며 14년 동안 실제로 화재현장을 다니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했었고, 이 일에 항상 자부심과 책임감이 투철했던 소방관이었다는 것을 영원히 잊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약 5천 여명이 동의를 표하면서 언제 현장에 출동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소방관들에게 고강도 훈련은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