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당신이라면 사랑으로 정성껏 키운 병아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가?
tvN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식량일기'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이 같은 문제로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식량일기'는 식재료를 직접 키워 요리를 해 먹는 방식의 리얼리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첫 번째 메뉴가 '닭볶음탕'인 만큼, 출연자인 서장훈, 보아, 이수근, 박성광, 태용, 유아, 닉 은 달걀을 부화시킨 후 이를 닭볶음탕으로 만든다.
문제는 예고편에 귀여운 병아리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다 키운 병아리를 음식으로 만드는 것까지가 미션인 해당 예능 프로그램에 벌써부터 잔인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tvN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
실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보아, 서장훈, 유아 역시 미션이 부담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직접 키운 닭을 잡아 먹는 게 거북하다는 이들은 "너무하다. '병아리 좋아하세요?' 이래 놓고,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이라니", "어떻게 키운 것을 먹냐. 동심 파괴다", "잡아먹을 거면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도록 키우는 장면을 빼야 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tvN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
한편 식량일기 제작진은 '닭을 키워서 먹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진중권 교수와 동물권으로 저명한 최훈 교수의 토론내용을 선공개했다
진중권 교수는 "나는 이 프로그램 콘셉트를 들었을 때 '이거 곤란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도살이 된 닭으로 요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닭이 부화하는 장면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생명의 환희를 느꼈는데, 심지어 이름까지 붙여준 존재를 잡아먹는다? 식품으로서의 닭과 감정을 교류하는 존재로서의 닭이 충돌한다"며 "감정 교류가 생긴다면, 그걸 먹을 수 있을까. 나는 못 먹을 것 같다"고 심리적 부담감을 전했다.
tvN(티비엔) 공식 페이스북
반면 모두가 아는 불편한 진실일 뿐, 특별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먹는 모든 고기반찬이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해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이들은 "다들 베지테리언인가? 이 불편한 진실이 우리가 매일 먹기 위해 하는 짓이다", "치킨 원래 병아리인 거 다 알잖아?", "사실 양계장의 닭이나, 프로그램에서 잡은 닭이나 다 똑같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닭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식량일기' 제작진은 예고편 공개 후 일고 있는 논쟁에 "먹거리 생산을 통해 식량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출연진들은 닭을 다 키운 후 '음식으로 만들지, 말지'를 직접 선택하게 된다.
서장훈, 보아, 이수근, 박성광, 태용, 유아, 닉 등이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고 '닭볶음탕'을 만들 수 있을지, 오는 30일 오후 9시 30분 첫방송 되는 '식량일기'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