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은(좌) 씨와 김시진(가운데) 할아버지> ⓒ황지은 씨 제공
폐지를 모아 생활하던 독립운동가 후손 할아버지가 어린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애국을 전하는 역사 강연자가 됐다.
1일 단국대 학생 황지은(22) 양은 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는 김시진 할아버지(79)의 사연을 소개했다.
황지은 양은 3ㆍ1절을 맞아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시진 할아버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김시진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북만주에서 독립 운동 기지를 세운 김문로 선생의 아들이다.
김 할아버지는 부친과 조부 등 선친들이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 중국에서 태어나 60세 넘게 살았고, 지난 2001년 선친의 유언에 따라 조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오직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독립운동가의 자손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시진 할아버지가 학생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황지은 씨 제공
김 할아버지는 선친의 독립운동 공식 문서가 발견되지 않아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지급되는 45만원으로 근근히 살아야했다.
이마저도 월세 25만원을 지불하면 생활이 빠듯해 폐지를 찾아 차가운 거리를 헤맸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비영리단체 '인액터스'(Enactus) 소속 단국대학교 학생들은 김 씨를 위한 '투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자립과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확립'이라는 취지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김 할아버지가 서울 소재 학교에서 역사 강연을 열도록 돕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김 할아버지는 역사 강연가로서 자립하고, 학생들은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이야기 등 재미난 역사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효과를 불러온다.
강연은 무료로 진행되지만 한 아웃도어업체의 후원으로 할아버지에게 회당 10만원씩 지급된다. 더이상 노쇄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찾아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김 할아버지는 진관초, 남대문중 등 13개 학교에서 강연을 마쳤으며, 향후 몇 년간 '투혼 프로젝트'와 함께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황지은 양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부당한 현실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취지로 투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할아버지가 생생하게 전하는 아픈 과거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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