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전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워 인삼밭에 카네이션 두고간 자식들
버스 전복사고가 발생한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한 인삼밭에 카네이션이 걸려 애잔함을 더하고 있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손주들 줄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밭일을 나갔던 어머니는 그날로 영영 돌아오시지 못했다.
영암 버스 전복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가운데, 사고 현장인 인삼밭에 카네이션이 걸려 애잔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9일 YTN이 보도한 제보 영상에 따르면 어버이날을 앞두고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한 인삼밭에는 카네이션과 노란 쪽지가 붙었다.
유난히 빨간 카네이션과 함께 잘 보이게 써 붙여진 쪽지에는 "어머니 부디 좋은 데 가셔서 편히 쉬세요. 아버지 걱정하지 마시고. 어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남겨졌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셨던 과일인 듯, 근처에는 수박도 정성스레 놓였다.
어머니를 잃은 자식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인삼밭은 지난 1일 버스 전복으로 승객 8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사고로 사망한 이들 중 대부분이 밭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인근 마을의 할머니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겼다.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치러진 합동 추모제에서 저마다의 사연이 알려지며 장례식장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한 가족은 "내가 쉬었다가 가라고 했을 때 쉬었으면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손주에게 용돈 챙겨주려고 일터로 가신 어머님, 모든 이에게 베풀고 나누는 아름다운 삶을 사셨던 어머님, 그 깊고 넓은 사랑을 이제는 저희가 세상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말이 울려 퍼지자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5시 25분께 전남 영암군 신북면 주암사거리에서 이모(72)씨가 몰던 버스가 이모(55)씨의 코란도 조수석 후사경을 친 뒤 흔들거리다 오른쪽 가드레일을 뚫고 나갔다.
이후 버스는 도로와 인삼밭 사이 3m 아래 경사면으로 떨어지면서 전도됐고, 이 사고로 운전자 이씨 등 버스에 타고 있던 8명이 숨졌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은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 인근 마을 할머니 열네 분으로, 영암군 미암면 한 밭에서 무 수확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평생 자신보다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시다, 어버이 날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사연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