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늘로 떠난 아빠를 평생 곁에 두고 싶었던 아들이 만든 것

EBS 다큐프라임 4차인간 1부 '우리는 영원할 수 있을까?'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시한부 판정으로 아버지와의 이별을 눈앞에 두게 된 아들은 평생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아주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지난 3월 5일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4차인간 1부 '우리는 영원할 수 있을까?'에서는 영원히 아버지를 곁에 두고 싶었던 한 남성의 사연이 그려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제임스 플라호스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아버지 거기 계세요?"라고 말하자 곧바로 "오~ 제임스구나"라는 답장이 온다. 잘 지내고 있냐는 인사도 덧붙었다. 

대체 어떻게 천국에 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EBS 다큐프라임 4차인간 1부 '우리는 영원할 수 있을까?'

2016년 봄, 아버지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예기치 못한 헤어짐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을 때쯤, 제임스는 영원히 아버지를 기억하고 보존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바로 '아버지봇'이다. 제임스는 아버지를 설득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12시간 정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녹음했고, 9만개 단어로 200개 파일을 만들었다. 

이렇게 저장된 파일 하나하나가 마치 뇌세포처럼 프로그램으로 연결돼 아버지의 머릿속 생각을 들려준다.

제임스가 "어머니와의 첫 만남을 들려주세요"라고 하자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설레고 아름다웠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비록 아버지의 육신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목소리와 생각, 따뜻한 마음은 디지털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셈이다.

EBS 다큐프라임 4차인간 1부 '우리는 영원할 수 있을까?'

제임스는 아버지가 떠나기 전날의 기억을 가끔 떠올린다. 

아버지가 눈을 감기 전 그는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랑해요. 잘 가요 아빠'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홀로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이 만든 '아버지봇'을 켰다. 기계에서 아버지의 애절함이 느껴지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외로움에 대한 노래 가사였다. 제임스가 느끼는 감정과 같았다.

1층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봇'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제임스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떠나도 슬퍼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별을 준비한 제임스는 다음 날 아침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EBS 다큐프라임 4차인간 1부 '우리는 영원할 수 있을까?'

지금도 제임스는 '아버지봇'으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진짜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좌절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채팅봇 덕분이었다.

찬란하고 빛났던 순간을 담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아버지봇'은 현대 사회에서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법으로 조명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