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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에 끌려가 온갖 고문과 성폭행 당한 여성

38년 전인 지난 1980년 5월 무고하게 고문과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아직도 군인이 나오는 영화는 잘 못 봐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멋모르고 끌려가 고문당했던 민주 유공자 김선옥(60) 씨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8일 한겨레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김씨의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1980년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김씨는 5월 22일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시민군의 거점이던 전남 도청에 가게 됐다.


인사이트5·18 기념 재단


거기서 김씨는 학생수습대책위원회를 맡았다. 상황실에서 출입증, 유류보급증, 야간통행증, 무기회수 등의 업무를 보고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5일 뒤 전남도청을 빠져나온 김씨는 일상으로 돌아와 교생 실습을 나가게 됐다.


실습 중이던 7월 3일 김씨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갔다.


옛 광주 상무대 영창에 연행된 김씨가 들어가자마자 처음 들은 말은 이랬다. "얼굴이 반반하네. 데모 안 하게 생긴 년이, 너 이년 인자 무기징역이다."


인사이트5.18민주유공자유족회


김씨는 꼬박 65일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문을 당했다.


조사가 끝나기 전날인 9월 4일 소령이었던 한 수사관은 김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다.


이후 대낮에 여관에 데려가 김씨를 성폭행했다. 두 달 만에 눈 부신 햇살을 마주한 그 날, 김씨는 그 날의 기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이튿날 기소유예로 풀려난 김씨는 평생을 결혼하지 못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젊을 때 만났던 남자와 혼전임신으로 낳은 딸만 보며 살아왔다.


김씨에게 5.18은 현재형이다. 김씨는 "지금도 군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잘 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몇달 전 미투 폭로를 보면서 그 나쁜 놈을 죽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38년 만에 입 밖으로 나온 그의 '미투'는 세상을 향한 고백이자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