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성폭행 피해자가 목숨 걸고 '미투 폭로'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다

인사이트(좌) SBS 'SBS스페셜', (우) tvN '외계통신'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일본 사회의 침묵을 깨고 싶었던 한 여성의 외침. 그것은 사람들의 외면으로 한낱 몸짓에 불과하게 됐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tvN '외계통신'에서는 일본에서 미투 운동을 외면하는 사회적 현상과 그 이유를 다루는 내용이 그려졌다.


앞서 지난 2015년, 일본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여성 이토 시오리(28)는 일본 민영방송 TBS 기자였던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토는 곧장 성폭행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토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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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SBS스페셜'


조사관은 "처녀냐", "진술서를 제출하면 당신 인생은 끝이다", "일본에서 절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등 폭언을 이어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조사관은 이토에게 피해 검증 조사에서 몸에 인형을 올려놓고 어떻게 성폭행을 당했는지 당시 상황을 재연하라고 강요했다.


수많은 시선 아래 성폭행 경험을 또다시 떠올려야 했던 이토 시오리. 평생 지울 수 없는 상흔이 가슴에 남았다.


이후에도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언론도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결국 이토는 기자회견을 열고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더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인사이트tvN '외계통신'


"일본에서 절대 미투 운동은 일어날 수 없다. 만일 일어난다고 해도 폭로자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


이토 시오리는 일본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침묵을 깨고 싶었다. 유리천장을 부수고 싶었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 사회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일본 사회는 그녀를 외면하고, 침묵하며, 매장했다.


일본의 온라인 여론은 차가웠다. 이토 시오리에게 "꽃뱀이다", "괴기스럽게 생겼다"라며 인신공격을 가했다.


인사이트tvN '외계통신'


또한 시민들의 생각을 물어봤지만 누구도 이토 시오리가 누군지, 어떤 사건인지 알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는 또 다른 미투 폭로자인 일본 여성 시이키 리카(21)가 출연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녀는 "미투 운동에 대해 입을 연 여성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지금의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성범죄 전문 변호사 츠노다 유키코는 단호히 말했다.


"침묵은 사회가 시키는 거죠"라고.


인사이트tvN '외계통신'


츠노다는 "그런 일이 생기면 '네가 그렇게 해서 그런 거 아냐?'라며 피해자와 그 가족이 굉장히 비난을 받는다"라며 "그래서 (일본에서) 미투 운동이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모든 잘못을 여성에게 돌리고,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 두려워 쉬쉬하는 사회 그리고 사람들.


여성들은 일본 사회에서 똑바로 일어설 수 있을까? 아마 20년 이내로는 힘들 것이다.


인사이트tvN '외계통신'


Naver TV '외계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