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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재판서 사형 면하려고 침 질질 흘리며 '미친 척'한 일본인

사형을 면하고 불기소 입건된 사람이 있었다. A급 전범의 재판에서는 극히 드문 사례였다.

인사이트(좌) 온라인 커뮤니티, (우) 위키백과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1946년, 연합군의 국제 전범 재판장이었다.


일본의 A급 전범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심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악질 중의 악질이라는 A급 전범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사형'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그중에서 사형을 면하고 불기소 입건된 사람이 있었다. A급 전범의 재판에서는 극히 드문 사례였다.


그의 이름은 오카와 슈메이(大川周明). 지난 1886년에 태어난 일본의 극우 사상가다.


오카와는 젊은 시절부터 유능했다. 안타깝게도 그 재능을 일본의 국가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쓴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인사이트국제 전범 재판장 / 온라인 커뮤니티


당시 일본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도쿄국제대학을 졸업한 오카와는 본격적으로 극우파 지식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일제 대동아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마련하고 일본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했다. 전쟁과 침략을 합리화하는 데 앞장 섰다.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과 전쟁 범죄가 모두 그의 혀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의 해방과 평화를 위해!". 일본은 피식민지 국가의 땅에서 그 피가 다 마르기도 전에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집어삼키고 싶었나 보다.


인사이트도조 히데키 / gettyimagesKorea


일본의 알량한 자존심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무참히 짓밟혔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했다. (물론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을 선언하는 순간까지 일왕은 '항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종전'이라고 했다)


이후 연합군은 일본의 전범들을 기소해 재판장으로 세웠다. 일본군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도조 히데키(東條 英機)는 물론, 여기에 오카와 슈메이도 포함됐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상 죽음을 피할 길이 없었던 A급 전범들.


긴장감이 감도는 전범 재판장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카와였다. 그는 갑자기 침을 흘리며 미친 듯이 웃었다.


오카와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됐다. 일본어, 독일어를 횡설수설하고, 앞에 앉아 있던 도조 히데키의 뒤통수를 찰싹 때렸다.


giphy


재판 중 갑자기 일어나 옷을 벗고 나체로 재판장을 누비기도 했다.


오카와의 이상 행동에 모두 당황했다. 정말 미친 것일까? 국가의 패망에 정신이 나갔단 말인가?


결국 그는 정신이상을 이유로 사형을 면했다.


그렇게 목숨을 부지한 오카와는 1957년까지 약 11년을 더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는 죽기 전 "사실 그때 미친 척했었다"라고 고백했다. 사형을 피하기 위해 사기극을 벌였던 것이다.


촉망받던 일본의 사상가이자 지식인이었던 오카와 슈메이. 그는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척 연기할 정도로 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말, '제국'이라고 스스로 칭하던 그들의 나라가 고작 그 정도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