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아내 잃은 슬픔에 산골로 들어온 자연인의 러브스토리

인사이트MBN '나는 자연인이다'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38통의 편지를 보낸 후에야 한 통의 답장을 보냈던 사랑하는 여인. 두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30년이었다.


잣나무가 빽빽한 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자연인이 살고 있다. 6년 째 산에서 지내고 있는 자연인 강정일씨다.


백발의 긴 머리를 동그랗게 묶은 자연인은 젊은 시절 가난했던 집안 형편을 생각해 3년간 카투사로 근무한 뒤 미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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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험준한 산 속을 헤집고 다니는 산 사나이지만 사실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로맨틱한 남자다. 지금은 홀로 지내고 있지만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다. 


판문점에서 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 그는 한 아리따운 간호사를 만났다. 이 여인에게 한눈도 아닌 '반눈'에 반한 자연인은 간호사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시작했다.


부대에 들어간 뒤 그는 무려 38통의 편지를 매일같이 보냈고 마침내 한 통의 답장을 받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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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찍힌 우체국 직인을 보고 광화문 지점에서 보낸 것을 알게 된 자연인은 그날로 일주일 휴가를 얻어 종로 3가에 있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다.


그렇게 이틀. 드디어 '반눈에 반한' 간호사와 다시 만난 자연인은 사랑을 쟁취하게 됐고 그녀와 함께 미국으로 갈 꿈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의 부모님은 이를 반대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놓칠 수 없었던 자연인은 과감히 미군을 그만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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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5~6만원이었던 직장인 월급에 비해 30배가 넘는 월급을 받았지만 그에게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었다.


중학교 때 배웠던 오르간으로 미군에서 밴드를 했던 자연인은 결혼 후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행복은 영원할 줄 알았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평범했던 날.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자연인에게 "사모님이 약을 한 줌씩 드신다"는 알 수 없는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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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자연인은 아내에게 무슨 약을 먹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소화가 잘 안 돼 소화제를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1년 후 아내는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자연인은 아내가 담낭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간호사였던 아내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자연인.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라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던 자신이 미련했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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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간까지 퍼진 암은 아내의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었고 수술 후 5개월을 더 살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아내가 죽자 자연인은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집에서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애틋했던 30년의 세월. 더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내를 떠나보내야 했던 자연인은 아픔을 잊기 위해 깊은 산골로 들어왔다. 


아내를 잊으려 들어왔지만 포근한 아내의 품과 같은 산이 좋아진 자연인은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만을 위한 또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Naver TV '나는 자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