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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m' 넘었다고 득점왕도 쫓아낸 한국 농구의 '코미디 빅리그'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장신 선수는 2m 이하, 단신 선수는 186cm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2017-18시즌 한국 프로 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 4승제)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우승은 서울 SK 나이츠(3승 2패)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1, 2차전을 원주 DB 프로미(2승 3패)에게 내줬지만 3, 4, 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또한 2승 2패의 상황에서 5차전을 가져간 팀의 우승 확률이 80%나 돼 SK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물론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현재 많은 팬들이 오늘(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챔프전 6차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SK가 18년 만에 정상에 등극할 수도, DB가 챔프전을 마지막 7차전까지 끌고 가 10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농구계는 최근 또 다른 '화두'로 언론을 비롯한 세간의 관심을 '엄청나게' 끌고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키 제한'이 그 주인공이다.


앞서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달 5일 제23기 제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2018-19시즌부터 시행하는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장신 선수는 2m 이하, 단신 선수는 186cm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은 빠른 경기 속도를 통한 평균 득점 향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프로 농구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결정됐다.


인사이트김영기 KBL 총재 / KBL


하지만 프로 농구 흥행을 노린 KBL의 예상과 달리 프로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시대를 역행하는 '탁상행정'이 빚어낸 블랙 코미디라는 것이 그 이유다.


KBL 한 관계자는 "'높이'가 생명인 농구에서 신장 제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KBL에 소속된 10개 구단이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며 "국제 대회에 나가면 2m가 넘는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뛰는 현장에선 KBL의 새로운 규정 도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김영기 총재를 중심으로 한 KBL 집행부는 제도 도입을 밀어붙였고, 결국 올 시즌 득점왕과 블록왕 두 개의 타이틀을 접수한 데이비드 사이먼(36)이 '피해자'가 됐다.


인사이트데이비드 사이먼 / 뉴스1


2010-11시즌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만 5시즌을 뛴 사이먼은 여전한 기량을 자랑했지만 고작 '2.1cm' 때문에 한국 프로 농구 경력을 어이없게 끝냈다.


KBL에 따르면 사이먼은 지난 2일 KBL 센터를 찾아 신장을 다시 측정했고 두 차례에 걸친 신장 측정 결과 최종 202.1cm로 나왔다. 키를 줄이는데 실패한 그는 다음날 오전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찰스 로드 / SBS 뉴스


전주 KCC 이지스의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33)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다행히 최종 신장이 199.2cm로 측정돼 그는 엄격한(?) 한국 농구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키가 너무 작아서도 아닌, 너무 커서 한국에서 뛰는 것을 금지한 KBL의 새로운 규정은 시대착오적인 '악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농구는 높이가 생명인 스포츠가 아니던가.


이번 규정은 안 그래도 적었던 팬들마저 등 돌리게, 안 그래도 약했던 리그 경쟁력을 더 떨어지게 만들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된 존중이나 배려를 못 받는다는 생각에 한국 프로 농구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인 비웃음은 덤.


인사이트뉴스1


결국 '소통의 부재'가 이번과 같은 촌극을 빚어냈다. 독선과 불통 리더십으로 유명한 김영기 KBL 총재가 만든 마지막 작품(이번 시즌을 끝으로 임기 종료)이며 이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 농구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규정이 나오길 원했고, 소통을 원했다.


하지만 김영기 총재를 비롯한 KBL 집행부가 끝까지 눈과 귀를 닫고 침묵으로 일관했고 결국 KBL은 시대 흐름에 한참 뒤처지는 리그가 됐다.


김영기 총재 후임으로 부임할 차기 총재에게 부탁한다.


인사이트뉴스1


지나가던 강아지도 갸우뚱거릴 그런 '일방통행식 규정'이 아닌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규정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꼭대기에 앉아있다고 해서 꼭 현장 사정에 더 밝거나 유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관중 수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한국 프로 농구는 리그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제발 KBL이 정신을 차리고 한국 농구에 새 바람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자기들 밥상 챙기기가 아닌 모두의 밥상을 챙겨 줄 수 있는 그런 연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