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돈 던지며 라면 끓여오라는 노인 말 다 들어준 편의점 알바생

늦은 밤 편의점을 찾은 할아버지는 알바생에게 컵라면을 하나씩 가져다주며 '끓여오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야, 알바생. 나가있을 테니까 라면좀 끓여와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종종 진상 손님들의 황당한 요구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네 편의점 알바생인 한 누리꾼도 최근 진상 손님때문에 몸에서 '사리'가 나올법한 경험을 하게 됐다.


늦은 밤, 문을 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한 할아버지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소주 한 병과 굴짬뽕 봉지 라면을 들고 카운터로 온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A씨에게 "끓여달라"는 요구를 했다.


A씨가 "매장에서는 끓일 데가 없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봉지라면을 컵라면으로 바꿔들고 와 계산한 뒤 "나가있을테니 좀 끓여와"라며 뒤돌아 나가버렸다.


존중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당당한(?) 요구에 당황했지만 A씨는 뜨거운 물을 부어 편의점 밖 테이블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에게 컵라면을 대령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면이 제대로 익지 않자 할아버지는 다시 끓여오라고 돌려보냈고 A씨는 묵묵히 전자레인지에 라면을 데워 가져갔다.


평화도 잠시. 굴짬뽕이 불만스러웠던지 "맛이 없다"며 이번에는 매운 짬뽕라면을 끓이라는 주문을 했다.


이번에도 얌전히 짬뽕라면을 끓여간 A씨는 바닥을 보이는 굴짬뽕 용기를 수거해왔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맛이 없다 툴툴대면서도 A씨의 라면 끓이는 솜씨가 만족스러웠던걸까. 할아버지는 또 다른 해장용 라면을 동전과 함께 던졌다.


"끓여와라"


라면 마니아 할아버지에게 긴 말은 필요없었다. 배를 채운 할아버지는 디저트로 구름과자 한 갑을 사서 편의점을 떠났다.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웠던 할아버지는 머물던자리에 라면 국물과 건더기로 흔적을 남기고 갔다고 A씨는 전했다.


인사이트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진상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들어준 A씨의 이야기가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이제 욕하는 것도 지친다"며 황당한 상황에서도 침착했던 A씨를 함께 위로했다.


한편으로는 "왜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냐", "차라리 경찰에 신고를 하지 그랬냐"며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진상 손님의 만행에 대처한 편의점 알바생의 안쓰러운 사연을 접하며 스스로에게 '나는 알바생에게 갑질 한 적은 없는가'를 되묻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기업, 재벌들의 갑질에 분노한다. 하지만 개인이라고 갑질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나였을지 모르는 알바생들에게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곱씹어보자.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