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는 세월호 현장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014년 4월 16일. 희생자들은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기적을 꿈꾸는 가족들의 간절함이 뭍을 가득 채웠던 그날의 팽목항.


4년 전 그곳에서 눈으로, 피부로, 가슴으로 세월호를 오롯이 느꼈던 한 시민의 회고록이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날, 세월호 현장에 있었던 사람입니다'라는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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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세월호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향한 그가 처음 마주한 것은 바다를 향해 쉰 소리로 "제발 돌아와"라고 절규하던 한 어머니였다.


작은 손길을 보태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지만 애써 그 어머니를 외면했다.


어떠한 위로나 말을 건넬 수도 있었겠으나, 함께 그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나름 괴로운 일, 힘든 일을 겪어왔다고 생각했는데 팽목항의 시린 밤은 그 전의 것과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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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어버린 아이들이 땅으로 올라왔다. 그는 아이들을 옮기는 일을 도왔다.


다음 아이들을 옮기기 위해 유가족 앞에 섰다. 세월호 가족들은 혹시나 자신의 아이가 아닐까 싶어 조금이라도 인상착의가 비슷하면 들어가 시신을 확인했다.


그리고 슬픈 표정으로 돌아 나오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주저앉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모두가 함께 울었다. 그도 울었다. 울지 말아야 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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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위로한다 한들 뭐 하나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눈물을 훔치는 데 아이들을 옮기느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는 것도 깨달았다.


허리가 너무 아파 빨리 교대해주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던 유가족들. 또다시 눈물이 흘렀으나 그에겐 중요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도 금방 매말랐다. 분명 팽목항에 함께 있었지만 세월호 가족의 삶과 그의 삶은 오히려 점점 분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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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에겐 그해 1월에 태어난 딸아이가 있었다.


너무 예쁘고 행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주는 기쁨이 힘든 육아의 현실을 모두 치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모든 부모가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아이를 낳자마자 눈물 흘리는 아빠들을 보며 작위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 자라고 과거 찍어뒀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볼 일이 생겼다.


육아가 힘들어 아이가 얼른 크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더 어린 날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만지고 대화하던 오늘의 내 딸은 내일이 되면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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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아이이게 미안해졌다.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는데, 더 안아줄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숨을 바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되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부모는 그런 존재였다.


그날, 팽목항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던 부모는 바로 이런 마음이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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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 아빠가 단식을 끝냈을 무렵,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추모곡이 그의 귓가에 울렸다.


뮤직비디오에는 어린 날의 유민이와 유민 아빠가 그려졌다. 이 모습을 보며 그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어제의 딸을 생각했다. 가슴이 아팠다.


'이건 내 슬픔이 아닌데, 그만 울어야 되는데'라고 다짐했지만 펑펑 소리내 울었다. 


애써 세월호는 '남의 일'이라 생각해왔는데 결국 '나의 일'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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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 16일이 왔다.


4년 전의 그 날을 담담히 풀어낸 그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글을 맺었다.


"아이들아, 그때 아저씨가 더 많이 울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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