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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 만학도 할아버지의 빛나는 초등학교 졸업장

만학의 꿈을 키운 86세 할아버지가 뜻깊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돼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뇌가 매일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감사해서 눈물만 나오네요."

 

성인대상 4년제 학력인정 학교인 양원초교를 올해 졸업하는 정대성(86) 할아버지는 입학 전까지 여든 평생 배움의 꿈을 한처럼 지니고 살았다.

 

정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막바지 시절인 1945년 7월 열여섯 살의 나이에 강제징용됐다. 

 

다행히 징용된 지 25일 만에 해방을 맞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겨우 행복한 삶을 되찾나 싶었지만 5년 만에 6·25 전쟁이 발발했다. 스물한 살이었던 정 할아버지는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극적으로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4남매를 낳은 뒤로는 가장의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끊긴 학업을 이을 겨를이 없었다.

 

정 할아버지는 자신처럼 못 배운 한이 없도록 자녀를 전부 학교에 보내느라 안 해본 일이 없다. 

 

전쟁통에 약해진 몸에도 공사판을 뛰고 온갖 장사를 했다. 암울했던 시절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해 '문맹'이었지만 가장의 책임을 다했다.

 

자녀가 모두 장성해 가정을 꾸려 이제 부모의 손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정 할아버지는 가슴 속 깊이 넣어둔 배움의 꿈을 다시 펼쳐들었다.

 

아내의 손을 붙잡고 지난 2011년 양원초등학교에 함께 입학한 정 할아버지.

 

4년 내내 결석 한 번 한 적이 없다. 특히 한자 공부에 푹 빠져 한자 특2급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한자지도자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22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4년간 매일 등교하는 행복감이 너무도 컸다"고 말했다.

 

또 "좋은 선생님과 급우들이 있었기에 졸업이 가능했고 난생처음 1박2일 수학여행도 다녀왔다"면서 "학교는 제2의 고향"이라고 웃어 보였다.

 

아내가 지난해 9월 등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이번에 함께 졸업하지 못하게 된 것은 못내 안타까운 일이다.

 

정 할아버지는 "아내가 최근 퇴원하긴 했지만 아직 더 쉬어야 해 졸업식도 오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물론이지"라고 힘주어 답했다. 이미 중학교 입학원서도 넣어놨다. 

 

정 할아버지는 "나이가 이렇게 많아도 아직 건강하다"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양원초교·양원주부학교 졸업식에서는 정 할아버지를 비롯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움의 꿈을 이룬 동문 744명이 뜻깊은 졸업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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