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아들과 치매 아내 홀로 돌보는 80대 할아버지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가족'과 '사랑'이라는 말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수년간 치매 아내와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있다.


여든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들어간 방에는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누워있다.


초점 없는 두 눈으로 엷은 숨을 내쉬는 이 사람은 할아버지의 막내아들 이호제(48) 씨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부모의 자랑이었던 영특한 아들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던 199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뒤 식물인간이 됐다.


이종권(87) 할아버지는 숨 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호제 씨의 곁을 20년이 넘도록 지키고 있다.


아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네며 아침을 시작하는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누워있는 아들의 등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매일같이 닦아준다. 덕분에 호제 씨의 등은 짓무른 곳 없이 깨끗하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그리고 또 한 사람, 할아버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안경애(82) 할머니다.


누구보다 극진히 막내 아들을 간호했던 할머니는 몸과 마음에 응어리가 생겨 결국 치매에 파킨슨병, 협심증까지 얻게 됐다.


이후 아들과 아내를 함께 돌보던 할아버지는 힘에 부쳐 아내를 24시간 요양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식물인간 아들과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할아버지는 정작 자신의 몸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아흔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할아버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고관절 이상으로 두 다리 길이는 5cm 이상 차이가 편히 걸을수도 없다. 


통증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할아버지는 온몸에 파스와 붕대를 휘감고 지낸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황혼기에 찾아온 고단한 삶.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와 아들 사이에서 할아버지는 홀로 추억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생이 다할 때까지 아내와 아들을 돌보겠다며 오늘도 미소짓는다.


헌신과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종권 할아버지의 사연은 지난 2016년 9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됐다.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이후 많은 복지단체들이 할아버지 가족을 돕기 위해 나섰고 시청자들도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보냈다.


현재 이종권 할아버지 가족의 자세한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아들과 아내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할아버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

[저작권자 ⓒ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여러분의 제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인사이트의 수많은

기사들은 여러분의 제보로부터 시작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