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환풍기 고장난 급식소서 아이들 위해 음식 만들다 폐암으로 숨진 조리원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수원의 학 중학교 조리사들이 환풍이 제대로 되지 않는 급식실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에 걸리고 심지어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이하 학비노조)는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급식실 산재 사망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학비노조는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 고장 난 공조기와 후드가 방치돼 있어 조리사들이 유해 공기를 장기간 흡입했다고 말했다. 


공조기와 후드는 음식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공기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 순환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장치지만 해당 중학교의 경우 1년 넘게 고쳐지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그사이 급식실 조리사 A씨가 폐암 판정을 받고 숨졌으며 이밖에도 구토 증세를 호소하거나 뇌출혈, 폐암 등을 진단받는 피해자가 속출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이곳 급식실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4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다른 곳으로 발령돼 보건증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1년여의 투병 끝에 결국 A씨는 지난 4일 숨을 거뒀다.


같은 곳에서 수년간 일했던 B씨 역시 지난해 5월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으며 2016년 6월에도 튀김을 맡았던 조리사 2명이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다.


조리원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나서야 교육청은 지난해 고장 난 환기장치를 수리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A씨 유족은 산재 신청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B씨는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학비노조는 이번 사안을 두고 "수년에 걸쳐 노조가 급식실 노동 안전 문제를 제기했으나 도교육청이 무시해 발생한 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고인이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관계자를 처벌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오는 16일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요구사항을 듣고 성실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