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한 공시를 그만두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3년 차 시험까지 떨어진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응시했던 올해 시험에서 그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엄마 주름이 너무 많아져서 더는 안 되겠더라"
'꿈 같은 4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7일 공시생 A씨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옥상으로 향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A씨는 4년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휴짓조각에 가까워진 책과 들어가기도 싫은 퀴퀴한 방뿐이었다.
냉혹한 현실이었다. A씨는 일요일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며, 고시원 옆 방에 사는 순경 친구를 보며 이처럼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그래서 A씨는 꿈을 접고 '사람답게' 살기로 결심했다.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더 이상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니 "그래 한 번 해보라"며 차표를 끊어주시던 어머니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걱정말라'고 전화하던 게 엊그제 같았다는 A씨. 그는 이제 어머니에게 내려간다는 전화를 해야 한다.
그는 학원 가는 길에 보이던 장수생들을 손가락질하고 자습실에서 마지막으로 퇴근하면서 스스로 합격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3년 차 시험까지 떨어진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응시했던 올해 시험에서 그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A씨는 여전히 "1년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 마음이 유혹이고 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눈에 띄게 늘어난 어머니의 주름살은 A씨를 죄스럽게 했다. 시험 몇 달 전 찾은 고향에서 본 어머니는 이미 많이 늙어있었다.
그는 "안 되는 것 붙잡고 고생하는 아들 걱정 때문인가 싶었다"며 "내가 여기서 3년이나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라"라고 전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 A씨는 "그만두겠다"고 했다. 처음 노량진역에 내렸을 때 느꼈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버리기로 했다.
A씨는 이제 고향에 내려가 취직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이만 놓는 때인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은 합격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기고 글을 맺었다.
가슴 저미는 A씨의 사연은 최근 많은 누리꾼을 눈물짓게 했다.
한 누리꾼은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 투성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보여준 노력과 판단력, 결단력을 보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제 A씨는 시골로 내려가 새로운 미래를 꿈꿀 것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의 앞길에 따스한 빛이 비치길 바라본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