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희귀병 딸 돌본 엄마가 자신을 '죄인'이라고 말한 이유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불의의 사고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딸의 곁을 16년째 지키는 어머니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2년. 이숙희(65) 씨는 집에 있는 20대 딸에게 전화를 걸어 '솜이불'을 털어두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엄마의 부탁대로 베란다에서 솜이불을 털던 딸은 무거운 이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6층이었던 집 난간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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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사고로 딸은 골반과 갈비뼈 등 온몸이 부러지는 심한 부상을 입었고 중환자실에서 한 달 가까이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다.


의사들마저 "가망이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한 달만에 깨어난 딸 고정순 씨는 큰 수술을 견뎌내고 재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기적적으로 회복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2년 후, 여느 때처럼 걷는 연습을 하던 딸 정순 씨는 별안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급히 찾아간 병원에서는 '소뇌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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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뇌위축증은 운동능력을 담당하는 소뇌의 크기가 줄어들어 온몸의 운동 기능과 균형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희소난치병이다. 


그렇게 희망을 품고 재활을 이어가던 정순 씨는 세월이 흘러 마흔을 넘긴 나이가 됐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다.


엄마 이숙희 씨는 딸에게 무거운 이불을 털게 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지금껏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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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이씨는 "죄책감이 많다. 또래 젊은이들을 보면 가정도 있고 직장도 있다"며 "딸을 보면 엄마로서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고 그렇다"고 털어놨다.


16년을 죄인처럼 살아온 엄마 이씨는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딸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다. 입과 눈 근육이 겨우 살아있는 딸에게 매일 이름을 물으며 혀가 굳지 않도록 돕는다.


딸 정순 씨가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도록 온몸으로 딸을 지탱해가며 함께 걷기도 한다. 힘이 없어 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딸에게 천천히 밥을 먹이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인사이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이처럼 아기가 돼버린 딸의 삶을 짊어지고 있는 엄마의 사연은 지난달 8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방송되며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으로도 이 씨는 변함없이 힘 없는 딸의 몸을 지탱하고 이끌며 함께 살아갈 것이다. 


혹자는 이들의 여생이 희망하나 남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제 이름 석자를 내뱉는 딸의 목소리를 듣는 한 삶은 이어지는 법이다.


Naver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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