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장비 없이 작업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군인의 억울함 풀어주세요"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1급 발암물질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폐암4기' 진단을 받았던 유호철 대위가 숨졌다.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1급 발암물질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폐암4기' 진단을 받았던 유호철 대위가 숨졌다.
지난달 26일 유 대위는 '사망 일시보상금'과 '국가유공자 자격'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유 대위가 생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유 대위는 군 복무 중 보호 장비 없이 1급 발암물질 석면에 7년간 노출됐다.
통신병과 소속으로 일주일에 최소 1회, 최대 4~5회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고 선로 설치 및 보수를 했다.
천장 마감재는 떼어낼 때마다 독한 먼지를 날렸고, 완공 10년이 넘는 건물에서는 가만있어도 석면 가루가 떨어졌다.
유 대위는 "군'(軍)은 어떤 보호장비도 지급하지 않았고, 석면의 위험성을 교육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마스크를 자비로 구매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복무를 이어갈 수 없게 돼 2015년 1월 의병 전역한 유 대위는 '상이연금'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흡연'·'음주'가 없었고, 폐암 '가족력'도 없고, 일란성 쌍둥이도 멀쩡하고, 입교 전·임관 후 체력검사에서 항상 최고 등급을 받았던 유 대위는 폐암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하는 軍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결국, 유 대위는 일했던 건물에서 기준치를 뛰어넘는 5%의 석면이 함유돼 있는 사실을 밝혀내 승소했다.
하지만 유 대위가 얻어냈던 것은 겨우 '상이연금'. 국가유공자 자격은 얻지 못했다. 軍에 헌신한 유 대위가 얻은 것은 '죽음' 뿐이었다.
군 복무 중 사망이 아니기에 '사망 일시보상금'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사망한 이에게는 '상이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1일 올라온 "故 유호철 대위님을 죽음에 몰게 한 국방부를 문책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3일 오후 6시 기준 1만5천명이 넘는 누리꾼이 참여했다.
'석면안전관리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석면이나 석면함유제품을 제조·수입·양도·제공 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軍은 석면안전관리법을 위반했으며, 유 대위 사망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누리꾼들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도리어 국민을 외면했다고 비판하며 "유 대위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을 제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국도 청석면 등 5개 석면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금지물질로 관리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