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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바람나서 나를 버리고 떠난 엄마, 암으로 죽는다고 연락이 왔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암에 걸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 내가 3살쯤 됐을 때 일로 기억한다. 엄마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났고 그렇게 부모님은 합의 이혼을 하셨다.


아빠는 오빠를, 엄마는 나를 데려가 키우는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이혼과 동시에 어린 나를 길가 골목에 버리셨다.


어린 내 손을 뿌리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신 엄마의 그 뒷모습은 내 머릿속에 깊숙히 박혀 어제 일인 듯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다행히 오빠가 날 반나절만에 찾았고 나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물론 오빠와의 차별이 심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렇게 나는 밝게 자랄 수 있었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남들보단 조금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한 남자의 아내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사실 결혼할 때 엄마의 빈자리가 매우 컸고 준비하는 동안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하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이모란다. 갑자기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나를 매몰차게 버리고 간 엄마가 암으로 한 달도 못 산다면서 한번 와서 얼굴 좀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이모는 엄마도 나를 애타게 찾고 있는다고 했다.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말에 나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럴거면 조금만이라도 더 일찍 날 찾아주지..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어렸을 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암에 걸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올해 서른살 여성 A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올라왔다.


3살 때 엄마가 바람이 나서 부모님이 이혼하셨다고 밝힌 A씨는 자신을 키우기로 한 엄마가 길가 골목에 버리고 가셨음을 고백했다.


A씨는 어린 고사리 손으로 엄마를 붙잡아봤지만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어가던 엄마의 뒷모습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그날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A씨는 다행히 오빠가 반나절만에 찾아내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시간이 흘러 운명같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게 된 A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 엄마의 빈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 한동안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날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결혼할 땐, 엄마의 빈자리가 매우 컸다"며 "(결혼식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결혼한 뒤 몇달이 지나 생각지도 못한 예쁜 천사가 A씨 부부에게 찾아왔고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A씨에게 뜻밖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A씨는 "전화를 받으니 이모라고 했다. 갑자기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며 "엄마가 암으로 한 달도 못 산다고, 와서 얼굴 좀 보여 달라고 이모가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마도 나를 찾는다고 하셨다. 너무나도 힘들다. 조금만 더 일찍 찾아주지"라며 "나 엄마 없어도 열심히 살아왔고,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도 했다"고 아파서야 자신을 찾는 엄마를 향해 A씨는 한없이 원망했다.


엄마없이도 잘 자랐고 좋은 남편 만나 시댁에서 예쁨 받고, 예쁜 천사도 임신했다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A씨.


오랜 시간동안 그리워했고 어렸을 적 하루에도 몇번 씩이나 엄마가 보고 싶어 엉엉 울었던 A씨였지만 결국 엄마를 보러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A씨는 도대체 왜 암 투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를 보러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까.


엄마의 딸이기 전에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된 A씨는 "그렇게 내가 필요할 땐 없더니..."라며 지난 세월 단 한번도 자신을 찾지 않은 엄마를 향해 하소연했다.


이어 "투정도 부리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를 위해서 결국 안 가기로 했다.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천사를 위해서..."라고 임신한 아이를 위해 엄마에게 가지 않기로 했음을 고백하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A씨는 결심을 내리기까지 분명 하루에도 몇번씩 아픈 엄마를 보러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또 하고 또 했을 것이다.


인사이트KBS 2TV '고백부부'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에 대한 절망감과 한편에서는 아프고 나서야 자신을 애타게 찾는 엄마에 대한 원망감을 감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암 투병 중인 엄마를 보러가지 않기로 했다는 A씨의 결심에 대해서 그 누구도 비난의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그녀가 받았을 상처와 아픔, 그리고 앞으로 그녀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이 있기에 A씨는 암 투병 중인 엄마를 찾아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한 아이의 엄마가 될 A씨. 자신이 평생 받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앞으로 태어날 뱃속의 아이에게 쏟아부으며 살아갈 그녀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