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투병 손자는 오늘도 치매 앓는 할머니를 위해 고등어를 사간다"

인사이트KBS1 '동행'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할머니가 저의 어머니였고, 부모님이었고, 할머니가 제일 소중했어요"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사는 홍정한(28) 씨는 시장에 들를 때면 꼭 잊지 않고 고등어를 사 온다.


집 냉장고에도 몇년 째 얼어 누렇게 된 고등어들이 가득하지만 정한씨는 이것들을 내다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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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 넘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할머니는 냉장고에 고등어가 항상 꽉 차 있어야 마음을 놓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정한 씨는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한국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온 할머니는 자갈치 시장에서 고무 대야를 끌며 평생 고등어를 팔아 자식들과 어린 손자를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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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고등어에 대한 비릿한 기억만은 할머니의 머릿속에 남아 강한 애착으로 변했다.


그런 할머니의 기억을 지켜주는 것도, 가끔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욕을 하고 물건을 숨기는 할머니를 달래는 것도 정한 씨의 몫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군 제대 후 전공까지 바꾼 당찬 청년은 노래 연습과 고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할머니를 살뜰히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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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성악 레슨을 받으러 가던 3년 전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 정한씨는 '뇌종양 3기'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홀로 10시간의 큰 수술을 견뎌야 했지만 큰 충격을 받을 할머니에게는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 


병원에 며칠 검진을 가야 할 때면 정한 씨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한 채 "요리 일을 하러 간다"며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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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아직도 손자 머리에 남은 흉터가 넘어져 생긴 상처인줄로만 안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정한 씨는 기약없는 꿈 대신 매일 기도하는 게 있다. 


몸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고 지금처럼만 딱 3년,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일이다. 그렇게 3년, 또 3년을 차근차근 늘려가는 게 정한씨의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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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랑하는 할머니 모르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홍정한 씨의 사연은 지난 2017년 7월 29일 KBS1 '동행'에 소개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이 후원을 보내 정한 씨와 할머니를 응원했고 정한 씨도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두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은 앞으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은 시간동안 쌓일 추억은 냉장고를 가득 채운 꽁꽁 언 고등어처럼 단단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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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주 기자 minjo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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