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일부 캡처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교수님이 손녀 같다면서 제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어요"

지난 28일 동아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과거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졸업생 A씨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10년 전 동아대학교에 재학했었다는 A씨는 "근로 장학 형태로 교내에서 일정 시간을 일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하던 시절 나이든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를 성추행한 사람은 정년 퇴임 후에도 직함을 가지고 학교에 머무르던 인문대 교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해당 교수가 '내 손녀 같다'고 말하며 무릎에 앉히고, 엉덩이를 두드리거나 주무르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면서 "'데이트를 하러 가자, 피부가 하얗고 예쁘다, 스타킹 신었느냐, 맨살이냐' 등 믿을 수 없는 말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할 당시 A씨는 "겁에 질려 온몸이 꽁꽁 얼었다"며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가 지인들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여줬는데 그 안에는 온갖 포르노 사이트에서 볼 법한 영상과 사진 등이 있었다"면서 "그는 '본인 나이에는 그런 걸 일부러라도 봐야한다'며 웃었다"고 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했다.

해당 교수의 지속적인 성추행에 A씨는 수치심을 느껴 밤마다 혼자 울기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이던 A씨는 장학금 결정권을 쥐고 있던 해당 교수를 고발할 수 없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해당 교수에 대해 고발한다고 해도 '누가 믿어줄까' 싶어 선후배와 다른 교수에게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언론에 나오는 여러 겸임 교수들은 유명인이라 사회적, 공개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노 교수는 이제는 누구처럼 내려놓겠다 고백할만한 것도 없는 동네 할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피해를 고백해도 조직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중립이라는 포장지로 감싸진 방관자들에 의해 무시되고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 하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분노스럽다"고 심경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 숨지 말라고, 자기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하며 글을 끝맺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