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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리더십' 보여준 '쇼트트랙' 맏언니 김아랑이 끝내 터뜨린 눈물의 의미

초등학생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아랑의 남다른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어떤 상황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며 전 국민을 감동케 만든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선수가 있다.


자신이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경기에서 같은 팀원이 우수한 성적을 내자 진심 어린 축하와 미소를 보여준 선수.


여자 쇼트트랙팀을 이끄는 리더이자 맏언니 김아랑의 이야기다.


지난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최민정이 가장 먼저 결승점에 들어왔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막판 혼전이 이어진 데다 넘어지는 선수까지 나오면서 최종 판정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


시간이 멈춘 것 만 같은 5분이 지나고 전광판에 대한민국이 1위로 랭크됐다. 선수들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한 채 기쁨을 함께했다.


팀 리더로서 누구보다 기뻤을 김아랑. 그는 후배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뒤돌아선 채 등을 보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하지만 이내 김아랑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고, 이 모습을 본 최민정이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이날 흘린 김아랑의 눈물이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 이유가 있다. 김아랑이 항상 왼쪽 뺨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니는 것과 관련 있다.


김아랑은 지난해 1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쪽 얼굴을 심하게 베였다.


그날 이후 김아랑은 경기 중 '아웃코스'로 상대 선수를 제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인사이트Instagram 'alangkim'


그런 김아랑이 이날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보여준 전법은 다름 아닌 '아웃코스'였다.


경기 초중반 3, 4위에 머물러 있던 한국팀을 김아랑이 '아웃코스'를 타면서 중국과 캐나다 사이에 파고들어 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마지막 주자 최민정을 터치해주는 순간 김아랑이 넘어졌고 뒤따라 오던 캐나다 선수가 넘어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다행히 어떤 선수도 부상당하지 않은 채 경기가 이어졌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인사이트(좌) 온라인 커뮤니티, (우) 연합뉴스


김아랑은 팀 전체가 단합해 1위에 올랐다는 기쁨과 트라우마를 이기고 팀에 힘을 보탰다는 안도감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김아랑의 이런 마음을 알기에 동료 팀원들도 그의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위로하고, 다같이 기뻐했다.


김아랑이 지금처럼 든든한 리더로 성장하기까지 그 과정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1995년생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국가대표팀에 들어왔을 때는 막내였다. 김아랑은 2013년 전주제일고등학교 3학년으로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석희와 박승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다른 선수에 비해 이름이 알려진 건 아니었지만 실력만으로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쥔 김아랑이었다.


하지만 김아랑은 당시 급성 위염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주종목 1500m 결승에 올랐고 레이스 초반 넘어지며 실격을 당했다.


이때 당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리더 조해리 현 SBS해설위원이 그를 보듬었다.


조해리는 항상 후배들을 먼저 챙겼고 김아랑은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기량을 펼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김아랑은 동료들의 깊은 사랑과 우정 속에 성장한 선수다. 이런 환경이 그를 따뜻한 리더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김아랑은 지난 17일 쇼트트랙 1500m 결선에서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1위를 기록한 최민정을 밝은 미소로 축하해 감동을 자아냈다. 대중들이 김아랑을 가리켜 '미소 리더십의 표본'이라고 부르게 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팀이 부족한 팀워크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김아랑의 따뜻한 리더십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런게 팀워크" 이유빈 넘어지자 악착같이 손내밀어 '터치'하는 최민정3000m 계주 금메달 뒤에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완벽한 팀워크가 있었다.


금메달 시상식 오르기 전 언니 심석희한테 '세리머니' 확인받는 최민정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의 귀여운 세리머니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