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우리 엄마에겐 ‘딸바보’였던 그리운 외할아버지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낡은 사진첩에서 발견된 사진 한 장이 18세 소녀에게 먹먹한 그리움을 안겼다. 

 

지난 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조부에 대한 가슴 따뜻한 회고담이 올라왔다.

 

청소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낡은 사진 속에서 어린 소녀는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진달래 꽃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유년의 추억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 소녀는 외할아버지의 임종 직전 엄마가 들려 준 옛날 얘기가 떠올랐다.

 

평소 술과 담배를 즐겨한 외할아버지는 갑작스런 뇌 기능 이상으로 오른쪽 손발이 마비되고 말을 못 하는 등 끔찍한 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외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글쓴이의 엄마는 밤새도록 통곡하며 장례식장을 지켰다.

 

엄마가 오열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난한 집의 맏이로 태어났지만 엄마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였다. 

 

엄마의 유년은 너무도 가난해 옷이나 신발은 주워서 입고, 배불리 먹은 날보다 굶주린 날이 더 많은 시절이었다.

 

어느 날 엄마는 텔레비전이 있는 부자 친구 집에 들렀다가 텔레비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친구 집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TV를 시청을 하던 중, 무슨 영문인지 심사가 뒤틀린 친구는 갑작스레 TV를 끄며 엄마를 내쫓았다.  

 

이에 엄마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눈물범벅이 된 딸의 얼굴을 보고 놀란 외할아버지는 "왜 우냐"며 딸을 다그쳤다.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외할아버지는 "다시는 그 집에 가지 말라"며 도리어 화를 내곤 키우던 소를 끌고 집을 나가버렸다.

 

엄마는 서러운 마음에 더욱 크게 목놓아 울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온 외할아버지의 손에는 소 대신 무거운 텔레비전 한 대가 들려 있었다.

 

당시 소 한 마리는 온 식구를 먹여살릴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그 귀한 것을 팔아 딸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엄마는 가슴이 먹먹했다. 

 

외할아버지의 딸바보 면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계란이 귀하던 시절, 몰래 계란을 사와서는 작은 구멍을 뚫어 맏딸에게 날계란을 먹이고, 남은 계란에는 쌀을 한 알씩 집어넣어서 삶아 먹이기도 했다. 

 

엄마는 딸에게 "평생 그 계란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할아버지가 더욱 보고 싶다"며 외할아버지에 대한 묵직한 그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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