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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어머니를 도와 식당을 운영 중인 딸이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님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한 해의 마지막 연휴였던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이라면서 운을 뗐다.
이날 정신없이 바쁘던 가게에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시간에 성인 9명 식사를 예약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 어머니는 시간에 맞춰 식사 9인분을 준비해놓고 기다렸다. 좌석 여유가 충분치 않음에도 다른 손님들께 양해를 구해가며 어렵게 9인 좌석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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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9명이 모두 도착했다. 준비된 자리에 앉아 애피타이저까지 모두 먹은 손님들은 "6인분만 시키겠다"며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은 단일메뉴 전문이라 보통 '1인 1메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A씨 어머니는 "이미 모든 요리를 조리해 놓았으니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9명은 "기분이 나쁘니 안 먹고 그냥 가겠다"고 맞섰다.
그렇게 갈등이 빚어졌고, 이때 9명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손님이 A씨 어머니를 향해 "지가 잘못해놓고 왜 지X이야, 미친X"이라 욕설을 뱉었다.
이 말을 들은 A씨 어머니는 사과를 요구했으나 9명은 오히려 때리려고 시늉하는 등 일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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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A씨 어머니는 자신에게 욕설을 뱉은 손님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에게 인적사항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제야 손님은 "사과하면 될 것 아니냐"고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판단에 A씨 어머니는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고소, 고발이 뭔지 알긴 하느냐"며 빈정대기까지 했다고 A씨는 전했다.
한바탕 소동 끝에 9명은 식당을 빠져나갔지만, A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은 그 날 하루의 영업을 망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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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는 욕설을 한 손님 당사자가 자신의 SNS에 올린 후기를 캡처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손님 B씨는 "그 식당 서비스 최악이니 가지 말라"며 "가족 인원수만큼 먹을 계획은 아니었다. 그런데 인원수만큼 주문해야 한다고 강요하더라"고 힐난했다.
B씨는 앞서 A씨가 "물과 부침개 등 식전음식도 다 세팅해놓았다"고 설명한 것과는 달리 "테이블에 세팅도 다 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식당 주인과의 충돌 끝에 음식을 먹지 않고 나가면서 B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지X이야, 미친X이"라고 혼잣말을 읊조렸다고 했다.
B씨는 고소하겠다는 식당 주인을 보고 "왜 저러나 싶었다"며 "그런 서비스로 손님 대우하는 식당 처음 본다"고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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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A씨 어머니는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A씨는 "혹시 고소장 접수 말고 저희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냐"고 누리꾼들에 조언을 구했다.
이처럼 식당 주인들은 예약 손님이 인원수를 바꿔 주문하는 일이나 예약을 무르는 일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12월 유명 쉐프 최현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약해 놓고 취소한 고객들의 비매너를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날에만 12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일침을 남겼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현재 우리나라 식당은 총 66만 여개로 추산된다. 이 중 예약해 놓고 무르는 고객으로 인한 식당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식당 입장에서는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한 식재료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병원, 고속버스 등 서비스 업종에서 한 해 예약 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4조 5천억 원에 육박한다.
예약자의 무책임한 선택이 다른 사람의 이용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업주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길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로서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