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살해 협박' 받으면서도 일본 만행 낱낱이 밝힌 양심 일본인 6인

'당당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찬바람이 불었던 지난달 25일 저녁 일본 도쿄 시부야 역 앞에 300여 명의 일본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촛불을 상징하는 형광봉을 들고 퇴근길에 오른 일본 시민들에게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0여 명의 양심있는 일본 시민들이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자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부끄러운 역사와 당당히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번 집회를 이끈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공동 대표 시바요코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권 후진국으로 향해가고 있다"며 군국주의 움직임을 보이는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이처럼 '당당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갖은 살해 협박과 손가락질을 견디며 일본의 만행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일본인들이 있다.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지울 수 없는 치욕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양심적인 일본인 6인을 모아봤다.


1.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


인사이트연합뉴스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는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밝히며 전 세계 최초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이 있기 3일 전 일본 유력 일간지 A신문에 대서특필된 기사가 있었다.


'前 조선인 종군 위안부, 전후 반세기 만에 무거운 입을 열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던 김 할머니의 증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일 일간지 중 최초의 위안부 보도로 꼽히는 해당 기사는 A신문 서울특파원이었던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가 작성했다.


그는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정옥 대표의 기고문을 읽고 위안부의 존재를 알게 됐으며, 이후 일본에서 진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른 일본 언론과 우익 단체는 우에무라 기자에게 가족까지 모두 살해하겠다며 갖은 협박을 퍼부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에무라 기자는 관련 저서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등을 출간하며 위안부 진실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2. 호사카 유지


인사이트연합뉴스 


현재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이자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독도 알림이'로 유명하다.


지금은 귀화해 '한국인'이 됐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일본인으로서 '독도는 한국땅'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다닌 인물이었다.


도쿄대 금속공학과 출신인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왜 한국과 아시아를 침략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그는 1998년 한국으로 넘어와 고려대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석·박사까지 마치고 세종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일문학 강의'를 하던 중 한 학생으로부터 "독도는 누구 땅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부터 호사카 교수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파고들었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답을 얻은 뒤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협박도 이어졌지만 꿋꿋이 활동을 이어간 그는 2003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도 한국식 이름이 아닌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일본인 이름으로 '독도는 한국 땅'이라 주장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 하야시 에이다이


인사이트EBS '지식채널e'


하야시 에이다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삶을 꼼꼼히 기록하는 일본 작가다.


50년간 끊임없이 역사를 기록해온 그는 조선인 광부, 노동자, 특공대, 군위안부, 시베리아 억류자, 사할린 학살 피해자 등 일본의 참혹한 만행에 희생된 자들을 조명해왔다.


직접 피해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취재 과정에서 공문서를 발견하면 이를 유족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또 정확한 사건 기록을 위해 가해자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하야시 에이다이 작가가 쓴 단행본만 벌써 57권이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우익세력으로부터 협박 전화가 왔지만 그는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특히 그가 집필을 멈출 수 없었던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1945년 8월 해방을 맞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조선인 광부들이 하야시 에이다이를 찾아와 돈 '10엔'과 편지 한 장을 건넸다.


편지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때 받은 10엔을 자신의 유일한 유산이라 밝힌 하야시 에이다이 작가는 안타깝게도 올해 9월 1일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4. 우쓰미 아이코


인사이트뉴스타파


오사카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우쓰미 아이코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인물이다.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 우쓰미 교수는 조선인 BC급 전범 피해자 모임 '동진회'를 응원하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BC급 전범'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전쟁 범죄인이 돼야 했던 조선인들을 말한다.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최말단에서 희생됐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그 어떤 배상도 받지 못했다.


우쓰미 교수는 '전시포로 연구회', '강제징용 네트워크' 대표 등을 맡으며 이들이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선인 BC급 전범, 해방되지 못한 영혼', '전후보상으로 생각하는 일본과 아시아', '적도에 묻히다'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 아베 신조가 발표한 '70년 담화'를 두고 일본 지식인들과 함께 "사죄와 반성을 담아 다시 표명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5. 아라이 신이치


인사이트연합뉴스 


일본 이바라키대학 아라이 신이치 명예교수는 한국 문화재 반환을 위해 힘써온 인물이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선 '일본의 양심'이다.


도쿄대에서 문학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본의 책임을 전 세계에 알려왔다.


특히 1993년에는 일본전쟁책임자료센터를 설립했으며, 한국·조선문화재반환연락회의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재 반환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아라이 교수는 일본군이 위안부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담긴 업무 일지 60점을 공개해 대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도 아베 신조 총리도 직접 피해자와 면담, 그들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아라이 교수는 지난 10월 11일 담낭암 투병 생활 끝에 별세했다. 향년 91세.


6. 요시무라 아키라 


인사이트요시무라 아키라 기념 문학관


요시무라 아키라는 '간토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의 전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역사 소설가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지방 일대에 진도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런 유언비어는 '사실'인 것처럼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일본인 1천여 명이 자경단을 꾸려 조선인을 보는 즉시 살해했다.


일본 우익 세력은 '간토 대학살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973년 요시무라 아키라는 소설 '간토 대지진'을 통해 조선인 대학살의 참혹했던 전말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는 취재와 고증을 거듭해 사실에 기반한 역사 소설을 완성해냈다.


사실이 아니면 절대 한 줄도 쓰지 않았다는 요시무라 아키라는 췌장암으로 2006년 7월 30일 세상을 떠났다.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며 도쿄 중심가서 촛불집회 한 일본 시민들일본의 시민단체가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위안부 영화 찍었다가 일본서 신상 털려 '협박'받고 있는 18살 배우영화 '귀향'의 주인공 배우 강하나가 일본 우익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소재 영화에 출연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