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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아직 배우라 말하긴 창피해요” (사진)

배우 이종석(26)이 드라마 피노키오를 마치고 배우생활에 대한 소감을 털어놨다.


 

"배우라고 말하기는 창피해요. 배우로 불리고 싶지만 누가 절 '배우 이종석'이라고 소개하면 아직 민망해요. 저 스스로 모자란 점이 너무 많이 보이거든요." 

 

이종석(26)이 드라마 피노키오를 마치고 아쉬운 소감을 남겼다. 

 

언론용 발언인가 싶었지만,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는 TV에서만큼은 극을 혼자 이끌고 갈 수 있는 흔치 않은 재목이다. 연기자로 활동한 지난 5년간 남긴 대표작도 꽤 여럿이다.

 

특히 SBS TV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목들')의 박혜련 작가·조수원 PD와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SBS TV '피노키오'는 지난 15일 종영하기 전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구석에 자리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석은 '피노키오'를 통해 한결 여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피노키오'를 하기 전까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컸어요. 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아등바등하고 있더라고요. 열등감도 느꼈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 같아요."

 

작년 봄 방영된 SBS TV '닥터 이방인'이 그 고비였던 모양이다.

 

"'닥터 이방인'에서 원톱 배우가 되니 왠지 모를 부담감이 어깨에 짐처럼 얹어졌어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정말 진지했죠."

 

이종석이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피노키오'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웃음 넘쳤던 '너목들' 현장이 그리웠던 그는 '닥터 이방인'을 끝내고서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너목들' 스태프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았지만, 또래 배우인 박신혜·이유비·김영광 등과 함께하는 촬영 현장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고.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4명이 모이면 웃음 때문에 엔지(NG)도 많이 났죠. 특히 이유비가 정말 웃겨서 참기 어려웠어요. 박신혜는 정말 똑 부러지는 친구라서 전반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죠."  

 


 

이종석이 분한 기하명은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어린 시절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가족이 풍비박산 난 기하명은 정체를 숨긴 채 '최달포'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기자가 된 기하명이 기성 언론의 잘못된 관행과 사회 부정의에 용감하게 맞서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박수를 보냈다.  

 

"처음에는 기하명·최달포 캐릭터가 뚜렷한 특징이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회를 거듭하고 과거 상처가 하나 둘 밝혀질수록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감정을 살려야 하는 장면도 정말 이입이 잘 됐어요."

 

"11부와 12부 대본을 읽을 때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 이종석은 "박혜련 작가가 쓴 대본의 힘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편안한 사람들과 일한 덕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연기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이종석은 박혜련·조수원 팀과 다음에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피노키오'의 흥행 요소 중 하나는 실제 연인으로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이종석과 박신혜의 풋풋한 로맨스 연기였다.

 

이종석은 "사귀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

 

"저는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정말 당황해요. 가령 실제로 여자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여자친구가 없다고 밝혀도 왠지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에요."

 


 

이종석은 16살에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2010년 SBS TV '검사 프린세스'로 정극에 데뷔했다.  

 

이종석은 "(연기 활동에도) 출신 성분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모델 이종석이라고 불리는 건 창피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배우로 온전히 인식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모델 출신 배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갇힌다고나 할까요."

 

학창시절 모델로 활동하는 자신이 또래들보다 더 어른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종석은 그 탓에 친구를 많이 만들지 못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외롭다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은 이종석은 이야기 끝에 한 여자 연예인과 모든 것을 털어놓을 정도로 깊이 사귀었으나 끝내 헤어졌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종석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던 중 "시트콤에 출연했을 때 말고는 극 중 부모님 두 분이 다 있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사연과 상처 많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유독 그런 캐릭터들을 고른 이유를 물었더니 "그런 캐릭터들은 사연이 밝혀질수록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잘 생겼다기보다는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종석은 이날 문득 "언젠가 '남자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게 누아르 같은 무거운 느낌의 영화가 어울릴지 생각해보면 아직 물음표가 생기긴 해요. 제가 잘하는 것부터 하자는 생각에 말랑말랑한 역부터 하고 있어요. '남자 영화'는 제게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이종석은 다음 달 초순 예정된 해외 팬미팅과 다양한 작품 검토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다음 작품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영화는 특히 작품을 혼자서 끌고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관상'처럼 많은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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