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뒤에서 사진 찍는데 가만히 있을 소방관 없다" 현직 소방관이 남긴 글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현직 소방관이 일부 언론과 시민들 제기한 제천 화재 현장 '부실 대응'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담은 장문을 글을 올렸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A씨가 '현직 소방관으로서 글쓰기가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만'이라는 제목의 사연을 공개했다.


최근 사망자 29명이 발생한 제천 화재 사건은 현직 소방관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사건으로 꼽힌다.


특히 일부 언론과 시민들이 사고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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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현직 소방관으로서 자신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화재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층 유리창을 빨리 깨지 않은 점과 굴절차가 고장이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A씨는 유리창을 깨지 않은 점은 현장에 대형 2톤짜리 LPG 가스통이 있었던 점을 거론했다.


당시 유리창을 깨고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다면 자칫 가스통에 불이 옮겨 붙어 초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2차 피해가 더욱 크게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히지 않으면 유리창을 깨지 않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한다. 유리창을 깨는 순간 공기가 유입돼 불길이 역류하면서 초대형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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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고 있는 일부 언론이 유리창을 깨지 않아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보도하는 탓에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A씨는 "저희 소방관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게 현장에서 소방관 본인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진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럴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이유는 소방관에게 '지원'은 최소로 하면서 '희생'은 최대로 하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A씨는 "높은 사명감을 지닌 소방관이 많지만 사명감이 아니더라도 뒤에서 기자들이 사진기 들고 찍어대고 있는데 멍하니 있을 소방관은 없다"며 "기자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될텐데 그럴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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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번 제천 화재 현장에서도 소방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은 소방관들에게는 억울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굴절차량의 경우는 현장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많아서 돌아서 갔다고 한다. 초대형 차량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설치해서 작업하지 않으면 역시 차량이 전도돼 2차 사고가 발생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 빨리 대응하지 않았냐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사람이 구해달라고 하는데 겁을 먹고 지켜볼 소방관은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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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씨는 소방관과 현장 책임자들에게 만약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고 단언했다.


A씨는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만약 조사해서 정말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소방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다만 무조건적으로 소방관이 잘못된 거야 라고 기사에 써버리면 정말 최선을 다한 소방관들은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저희 소방관들은 잘해야 본전입니다. 이래도 저래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라고 푸념했다.


"제천 화재 초기 대응 잘못했다"는 반응에 현직 소방관이 남긴 글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소개한 어느 누리꾼이 이번 제천 화재 사고 대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유리 기자 yu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