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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이대 목동병원에서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아빠는 화장터로 향하는 딸을 보며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태어난 지 겨우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난 아이의 몸은 너무나 작았고, 흰 천이 덮인 관은 아빠 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19일 오전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부검을 끝낸 신생아 4명의 발인이 치러졌다.
이날 유족 정모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사흘 전만 해도 정씨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가진 쌍둥이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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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두 아이는 함께 이화여대 목동병원에 입원해 인큐베이터에 있었다.
사고 당일인 16일 낮까지만 해도 병원 측은 '가스가 찼는데, 심박 수가 달라질 수는 있다. 괜찮은 거다'라고 정씨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날 딸아이는 어이없게도 세상을 떠났고, 정씨 부부는 옆 인큐베이터에 있던 아들을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겼다.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채 딸을 잃은 부모는 1차 부검 결과를 받아들고 더욱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검장으로 향하는 아이의 시신을 붙잡고 눈물 쏟는 유족 / 연합뉴스
지난 18일 이뤄진 부검에서 딸의 복부에 '부패 변색'이 발견됐다. 이는 세균에 감염됐을 시 복부 쪽에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정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간호사들이 장갑도 제대로 안 끼고 손 소독도 대 충했다"며 병원 측의 위생 상태를 지적했다.
세브란스로 옮긴 아들에게서도 로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로타 바이러스는 괴사성 장염의 원인 중 하나인데 오염된 침이나 손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정씨가 병원 측의 소홀한 위생관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씨는 "병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가족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1차 부검 결과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에게서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
이는 정상 성인에게서 발견되는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동, 노인에게 들어갈 경우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 균을 사망원인으로 단언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해당 균이 신생아들에게 침입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정확한 사망 원인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추가적인 역학 조사 등을 통해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