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7일(일)

“상한 고기 판매한 마트와 훈훈하게 합의했어요”

via 온라인 커뮤니티

 

스스로 '왕'을 자처하는 소비자들의 갑질 사이에서, 상한 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음에도 마트와 훈훈하게 마무리한 특별한 사연이 눈길을 끈다.

 

22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일주일 전 고기를 사러 모 마트의 축산코너에 방문했다.

 

그가 신선해 보이는 빨간 고기를 집어 들자 마트 직원은 할인판매하는 다른 고기를 추천했다.

 

그는 "빨간 건 양념이 숙성이 안 되어서 맛이 없다. 이게 양념이 잘 베어 들어있으니 이걸로 가져가는 게 좋다"는 직원의 설명을 믿고 추천 받은 고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온 가족이 그 고기로 식사한 날 문제가 발생했다. 그와 아내가 갑자기 헛구역질, 설사 등 이상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반찬 없이 고기만으로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에 그 고기가 증상의 원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한참을 화장실에서 시달리다 아이의 방에 들어간 그는 심장이 떨어질 듯 놀랐다.

 

아이가 베개에 한가득 구토해 놓고 지쳐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밤새 구토를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입원했고, 제산제 등을 혈관에 맞고서야 겨우 진정됐다. 이때가 새벽 4시였다.

 

정신없는 밤을 보내고 한숨 돌린 그는 그제야 자신에게 불량 식품을 판매한 마트에 분노를 느끼게 됐다.

 

그는 보상을 요구할 요량으로 구입했던 고기를 들고 마트 고객센터로 향했다.

 

그런데 고객센터의 직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오셨냐는 인사도 없이 "결제하신 카드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곧바로 환불을 준비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글쓴이는 갑자기 모든 화가 확 사그라들었고 오히려 안쓰러움을 느꼈다.

 

'직원들이 평소에 얼마나 고객에게 시달렸으면 사람의 눈도 못 마주치고 이리 무서워하며 무조건 환불부터 해주는 걸까'하는 생각에서였다.

 

​via 온라인 커뮤니티

 

그는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하게 "이 고기를 먹고 여차여차 되었다. 이런 경우에 마트 측에서 규정한 보상제도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지금 저와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이 고기를 만드신 것도 아니고, 저에게 고기를 파신 분들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하신 것이 아닐 터이니 화를 낼 생각은 없다"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직원은 그제야 웃으며 "식중독으로 인해 발생한 병원비에 대해 보상처리를 해 드리겠다. 하지만 추가 보상은 상급자와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응대했다.

 

그는 응급실 비용과 입원비에 대한 보상을 약속받고 귀가했다.

 

다행히 이틀 만에 컨디션을 회복한 글쓴이의 아들은 병원에서 퇴원했고, 그는 마트 측에 영수증과 계좌번호를 제출했다.

 

그가 방문한 마트의 직원들에 따르면 식중독 같은 문제로 큰소리 한번 안 내고 오히려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라고 한 사람은 글쓴이 뿐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글쓴이가 '천사'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진상 고객들에게 시달렸던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향해 감정을 너무 쉽게, 함부로 쏟아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직원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인격체다. 불만이 있으면 그것을 감정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그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서로 논의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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