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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교육받은 ‘협상담당’ 경찰관, 인질극에 투입

‘안산 김상훈 인질살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인질사건 대응 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인질극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가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안산 김상훈 인질살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인질사건 대응 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청·경찰서별로 배치된 협상 담당 인력 상당수는 단기 교육과정만을 이수해 '전문가'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데다, 경기경찰청은 소속 경찰특공대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주택가 한복판에서 인질극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13일 오전 9시 33분. 

 

안산상록경찰서는 협상 담당 형사와 지역 경찰관 등 1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경기지방경찰청도 별도로 소속 '위해 협상팀' 4명을 현장에 보냈다.

 

그러나 경찰서 소속 협상 담당자는 경기청이 실시한 하루짜리 '협상 초동조치 등 단기교육' 과정을 수료한 인물이었다. 

 

또 지방청 위해 협상팀도 2명은 경찰대학 위기협상전문과정(2주)을 수료했지만, 나머지 2명은 안산상록서 협상 담당자처럼 단기 교육과정만을 수료했다.

 

이들은 경찰 출동이후 초기 상황에서 인질범과 전화를 연결해 범인을 진정시키고 요구조건을 듣는 등 핵심적인 활동을 했다. 전문성 없이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인질범을 자극해 오히려 끔찍한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는 역할이었다.

 

물론 교육 이수 경력 만으로 협상 담당 형사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질의 생명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이론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협상 전문가인 이종화 경찰대학교 위기협상연구센터 교수가 현장에 투입된 것은 신고가 접수되고도 2시간여 지난 오전 11시 30분께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론과 실전 경험이 풍부한 협상 '전문가'로 불릴만한 인물은 이종화 교수 한명 뿐"이라며 "지역에 관계없이 인질극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 교수가 대부분 현장에 출동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인질극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협상 전문가가 현장에 즉각 투입되지 않으면, 인질범의 심리상태, 현장 상황 파악 등이 늦어져 인질을 구출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사회가 복잡·다양화 함에 따라 인질 사건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만큼 협상 전문 인력을 충분히 양성해 지방청 단위로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천300만 도민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경찰청은 아직도 자체 특공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청 소속 특공대에 지원 요청해 현장에 특공대가 도착하는데 약 2시간이나 소요됐다. 

 

물리적인 거리도 문제지만, 일부 경찰과 전문가들은 현장 지휘관이 같은 지방청 소속이 아닌 타청 특공대를 지휘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 지휘자와 특공대가 서로 다른 청 소속일 경우, 아무래도 같은 청 소속일 때보다 유기적인 협력은 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소장도 "우리나라는 대테러작접 투입을 염두에 두고 특공대를 대규모 단위로 편성해 일부 지역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며 "반면 미국 특수기동대(SWAT)는 형사나 강력 사건에 신속한 투입을 위해 중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경찰특공대를 지방청별로 분산 배치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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