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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자신의 집에 방문한 인터넷 기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피고인이 "도망 안 간 피해자 탓"이라 주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인터넷 기사 살인 사건' 1심 선고 재판에서 판결을 맡은 청주지법 재판부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A(54)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인터넷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A씨는 체포된 이후에도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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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숨진 인터넷 기사가 달아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서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며 사망한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재판 과정 초기에서도 "범행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선고일이 다가오면서는 태도를 바꿔 반성문을 제출하고, 최후 진술에서도 "피해자분께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그런 A씨에게 검찰이 구형했던 형량인 무기징역을 그대로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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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서 선고 결과를 지켜보던 피해자 B(52)씨의 대학생 딸은 "어제(1일)가 아버지의 생일이었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아침에 저를 학교에 태워주신 아버지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아버지가 금방이라도 돌아오실 것 같다"고 그리움을 토로했다.
이어 "가해자는 형을 살면 그만이지만 아빠는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여름 B씨의 딸은 피고인의 정신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을 우려해 시민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부탁하려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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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월 16일 오전 11시께 인터넷 점검을 요청받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인터넷 수리기사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흉기에 찔려 숨진 B씨는 아내, 대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몇 년 전 20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명예퇴직했지만, 평소 성실함을 인정받아 재취업해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인터넷 설치기사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