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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오늘은 故 신해철의 3주기이다.
사망 3주기를 맞아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신해철의 유해가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유가족과 팬들이 참석하는 그의 추모식 '귀환(歸還)'이 열렸다.
지난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은 수술 후 열흘간 입·퇴원을 반복하다 의료사고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벌써 신해철의 사망 3주기를 맞이하지만 매해 그의 기일이 오면 추모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팬들의 마음속에 아직 그가 형형히 살아있는 듯하다.
마왕을 추억하는 팬들은 이맘때쯤 신해철이 남긴 음악을 듣고 그가 했던 말들을 되새긴다.
팬들의 심장을 떨리게 했던 음악만큼 의식 있는 언사로 많은 감동을 선사한 그의 어록들을 모아봤다.
1. 2014년 JTBC '속사정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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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을 정신력이 약하다고 할 수 없는 게, 내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오늘 땀을 흘리는 것과 아무것도 디자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몸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가 않아서 못하는 거다.
운전하는 사람이 기름이 떨어졌을 때 보험사에서 나와 주유소까지 갈 수 있게 해 주듯,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복지다.
충분한 사회, 환경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2. 2014년 'SNL코리아'
KCA 엔터테인먼트
여러분이 나를 못 본 사이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딸이 아홉 살, 아들이 일곱 살일 때 들려주던 이야기를 스무 살 때도 들려주고 싶다.
공부든 학교든 돈 못 벌어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말아라.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3. 2014년 JTBC '비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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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꿈은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청소년들을 탓하기에는 남의 시선이 실질적으로 주는 피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업과 가치가 빚어낸 행복의 척도가 다르다.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지에 대해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4. 2014년 네이버 '스타 타임라인' 인터뷰
KCA 엔터테인먼트
인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서 인기 하나만 보고 사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깨달았다. 인기가 떨어지기 전에 밴드를 하자고 생각했다.
청소년기나 청년기의 부정적인 생각들, 시니컬하게 보고 기성세대를 깔보는 게 없다면 세상 자체가 멸망할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 뮤지션들은 불평을 많이 한다. '우리 대중은 사운드는 듣지 않고 멜로디와 가사만 중요시한다'라는 거다.
지금의 제 대답은 '그렇다면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오라'라는 거다. 대중의 풍토에 대해 술 마시고 불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은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불평을 하라는 거다. 대중음악의 주인이 변덕스럽더라도 끝까지 맞춰보는 거다.
그 와중에 30년을 버틴 놈이 나와야 우리의 음악신이 단단해지는 거다.
5. 2014년 신해철 6집 Part.1 'REBOOT MYSELF'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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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은 덤이다.
지구가 생긴 것을 24시간으로 따지면 공룡이 나타난 게 1분 전, 인류가 나타난 게 3초라 한다. 우리 개인은 목적이 하나도 없다. 인간이 태어날 때 소명을 태어난다고 한다.
여기에 따라 뭔갈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거 없다. 목적은 없다. 태어난 게 목적이다. 우리는 목적 다 했다.
지금부터 우리 삶은 뭔가?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에게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러다 보면 잘 된다.
'내일 나는 행복할 거야, 잘 될 거야'가 아니라 오늘로 충분한 거다. 됐다.
6. 2009년 '고려대학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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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술에 잠겨 가라앉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술 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사람이 술을 지배해야지 술이 사람을 지배하면 창피한 것이다.
7. 2009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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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캐릭터 자체가 현재 우리 사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보수층, 또 그 가운데서도 미디어와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문제이자 싸움인데, 다만 그 싸움의 방식이 너무나 저열하다는 거다
8. 2007년 MBC 라디오 '고스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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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선수가 아무리 많은 야유가 있어도 묵묵히 참고 끝까지 경기를 치르고 경기 후에 제소를 하거나 상대 팀 팬들의 나쁜 점을 지적했으면 전 안정환 선수를 존경했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 중에 가족과 아내에 대한 모욕을 참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전 안정환 선수를 사랑합니다.
연합뉴스
한편 다음 달 1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KB국민카드 주최로 '마왕의 귀환 신해철'이란 타이틀로 대규모 추모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에서는 최첨단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신해철을 실사처럼 감상할 수 있다.
초대가수로는 신해철의 그룹 넥스트와 서문탁, 크라잉넛, 서문탁, 이브 등 국내 록 음악계의 별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