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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 재부임을 원하지 않는 '이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날 '2002 월드컵의 영웅'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길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하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은 날 '2002 월드컵의 영웅'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길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6일 히딩크 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오래전부터 한국 대표팀의 최종 예선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다.


노 사무총장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지난 6월 슈틸리케 감독이 퇴임한 이후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그가 "연봉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히딩크 열풍이 불고 있다.


최종 예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대표팀에 실망한 축구 팬들이 "당장 히딩크 감독을 모셔오라"며 대한축구협회(KFA)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7일 "우리 축구대표팀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는데 하루도 되지 않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히딩크 부임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왜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하다"면서 "히딩크 감독 입에서 직접 나온 건지도 알고 싶다"고 되물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은 다소 생뚱맞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감독을 교체할 명분이 없다. 신태용호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특히 '소방수' 역할을 기꺼이 맡았던 신 감독을 아무런 이유 없이 내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신 감독이 지난 7월 부임한 이후 8월 21일에서야 대표팀을 처음으로 소집한 만큼, 실제로는 약 보름의 짧은 시간만을 부여받았다는 점도 문제다.


중압감이 큰 경기를 앞두고 짧은 시간 안에 자기 색깔을 입히는 것은 세계적인 명장이라도 쉽지 않기 때문.


인사이트연합뉴스


이어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이 그의 입이 아닌 측근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은 사실 여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된 6월에 이야기가 나왔다면 축구협회에서도 당연히 히딩크 감독을 후임자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히딩크 감독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집어 든 것은 신 감독이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협회 역시 지금의 사태를 그저 '과거의 향수'에 젖은 팬들의 집단적 광기로 치부해 버려서는 곤란하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협회가 얼마나 팬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협회가 히딩크 부임설을 반박한 직후 국내 최대 규모의 축구 커뮤니티에는 '축협(축구협회)이 히딩크를 선임 안 하는 팩트'라거나 '히딩크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해도 축협이 선임하지 않겠다는 이유'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이러한 글에서 과거 히딩크 자서전에 실려있던 내용을 발췌해 협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과거 히딩크는 자서전인 '마이웨이'에서 "사실 내가 처음 왔을 때 선수 선발과 관련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이 선수는 어떠냐', '저 선수는 어떠냐'고 은근히 알력을 넣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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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간이 흐르고 보니 개인적 인연에 따라 선수를 선발했던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이 누리꾼은 "협회가 히딩크를 선임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학연이고 지연이고 인맥으로 선수선발 하던 걸 싸그리 엎어버린 거 한번 경험해봐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김 기술위원장과 히딩크 감독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김 기술위원장은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03년경 "히딩크 감독은 돈만 아는 인간"이라며 "내 지금 심정으로 이보다 더 심한 말도 할 수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이는 네덜란드 올림픽팀과의 경기가 벌어진 암스테르담 올림픽스타디움에 자리했던 히딩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기술 자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비치지 않았기 때문.


또 당시 히딩크 감독이 PSV 아인트호벤 영입 대상인 이천수만을 따로 불러내 긴 시간 동안 얘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분노한 김 위원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히딩크 그 XX"라며 막말을 던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당연히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히딩크 감독의 선임을 반대할 리는 없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적인 일까지 재조명되는 것은 지금 국내 축구팬들의 협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증거다.


이에 협회와 대표팀은 원칙을 지키며 실리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신 감독 역시 더 큰 부담감을 안게 됐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이런저런 이유로 수많은 영웅들을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분노한 팬심을 달래고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대한축구협회다.


"히딩크 선임 가능성 '제로'···신태용 끝까지 간다"대한축구협회가 일각에서 제기된 거스 히딩크의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