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Carlos Queiroz) 감독이 페이스북을 통해 심리전을 펼쳤다.
케이로스 감독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 아시아드 보조 경기장과 파주 스타디움 사진을 올리면서 "어떤 상황에 놓이든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그가 올린 사진은 총 4장으로 비에 잠긴 경기장 트랙과 흙바닥이 보이는 경기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상태가 좋은 곳은 놔두고 좋지 않은 곳만 부각시킨 이 사진 속에는 케이로스 감독의 심리전이 숨겨져 있다.

경기를 앞두고 심리전을 잘 펼쳐 '여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케이로스 감독은 앞서 28일 저녁 파주 스타디움에 도착해 그라운드를 둘러본 후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 드디어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지 몇 시간도 안 돼 그는 한국 경기장 상태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한국이 최악의 훈련 장소를 제공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승리할 것'이라는 다짐과 이란 선수 및 축구팬들의 결집을 노린 케이로스 감독 특유의 심리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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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당 게시물을 본 이란 축구팬들은 그의 의도대로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란 축구팬들은 "한국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무서우면 최악의 경기장을 내주냐", "한국 수준 잘 알았다" 등의 부정적인 댓글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이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당했던 것들을 생각해본다면 케이로스 감독의 이번 심리전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월드컵 예선에서 이란과 자주 만나는 대표팀은 이란 원정을 갈 때마다 '푸대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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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예로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경기에서 조명탑이 없고 그라운드에 돌멩이가 굴러 다니는 훈련장(맨땅과 다름 없는)을 제공받았다. 결국 대표팀은 숙소에서 1시간 떨어진 훈련장을 가야했고, 경기에서는 1-0으로 패했다.
케이로스 감독과 이란의 적반하장식 태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태용 감독은 28일 "우리가 이란에 갔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케이로스 감독의 투정은 새 발의 피"라면서 "심리전에 말려들 필요가 없음, 케이로스 감독에게는 '대접을 잘 받고 있으니 감사히 잘 있다 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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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2013년 울산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