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gettyimageBank, (우) Facebook 'SNUBamboo'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꾸미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 화장, 옷 어떠냐고 잘 어울리냐고 물어볼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 너무 낯선데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
먼저 세상 떠난 오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여대생 동생이 새벽에 페북에 쓴 글이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오빠가 너무도 보고 싶었던 어느 한 여동생이 올린 편지글이 올라왔다.
전날이 바로 자신의 생일이었다고 밝힌 여동생 A씨는 살가운 남매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 또래 남자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할 때면 자신을 지켜줬던 오빠가 그립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여동생 A씨는 "내 어릴 적 생일에 오빠는 얼마 없는 용돈으로 내가 갖고 싶어하던 바비 인형을 사 줬다"며 "오빠가 아직도, 여전히 우리 가족 곁에 있었다면 내 생일 축하해 줬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는 게임을 참 좋아했었지"라며 "그거 알아? 오빠가 밤새 게임하면서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에 안심하며 잘 수 있었다는 거"라고 오빠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A씨는 또 "그렇게 우애 깊은 남매는 아니었는데, 장례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구 반절은 들어낸 것처럼 허전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라고 울먹였다.
이어 "또... 뭐 있더라.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싸울 사람 없다는 거. 순전히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시켜 먹을 수 있는 거"라며 "과제 때문에 컴퓨터 써야 할 때 오빠보고 잠깐 나와보라고 할 일 없다는 거. 나 필요할 때, 심심할 때 막 쓸 수 있다는 거"라고 세상을 떠난 오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Bank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들은 오빠가 떠나고 난 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약속시간이 겹쳐 드라이기를 서로 내가 먼저 쓰겠다며 옥신각신 할 일 없게 됐고 오늘 화장, 옷 어떠냐고 잘 어울리냐고 물어볼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A씨는 "다 너무 낯선 난데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라며 "너무너무 보고 싶은 오빠인데, 나는 언제쯤 오빠의 빈자리가 생각 날 때 그냥 의연하게 웃을 수 있을까"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실감이 너무 나지 않았던 오빠의 장례식 속에서 내가 가장 많이 울었던 건 빈소 안내 게시판 속 오빠 사진"이라며 "그냥, 너무 보고 싶어서. 잘 지내나 궁금해서. 이따금 오빠가 생각나는 날이라서. 너무 걱정 돼서"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해당 글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어 많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