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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20대 국회가 '경제 문제'를 해결 못하는 이유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한 20대 국회는 '19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생물 국회'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좌) 전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 연합뉴스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지난 4·13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외쳐오던 '정권심판론'이 아닌 '경제심판론'을 내걸고 승부를 걸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8년 동안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보수 정권이 실상 아무 것도 이뤄낸 것이 없다는 야당의 '프레임'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과반을 넘었던 새누리당의 의석수가 130석도 안 되는 122석에 머물렀고, 무소속을 제외한 야당의 의석수가 167석이 나온 것을 보면 엉망이 된 경제를 민심이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만들어내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던 막강한 위상이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선거 이후의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헤어진 뒤 움츠려 들어있던 김 대표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도 '경제민주화'를 실현코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어서였다.

 

선거 전 유세 현장마다 "경제를 치유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총선에서 갈아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외친 김 대표의 모습에서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20대 국회는 '경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에 첫발을 내딛는 표창원(좌) 당선인, 3선에 성공한 나경원 의원 /연합뉴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법안은 물론 야당의 법안까지 민감한 사안들이 통과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로가 '문제는 경제'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경제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에 관해서는 새누리와 더민주가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더민주는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내렸던 법인세율을 25%로 '정상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는 기업이 사람을 자유로이 쓸 수 있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며 '노동개혁'을 실행하려 한다.

 

이에 더해 더민주는 재벌 대기업이 가진 힘을 분산시키려 하지만 새누리는 오히려 자율성을 더 강화해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이 되지 못했고, 180석이 넘어야만 법안을 정식으로 국회에 상정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비춰보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해진 20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은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고, 어느 한 쪽의 힘이 우월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선진화법'이 공고한 이상 거대 두 정당이 타협하지 않으면 법안이 통과될 수 없는 현실이다.

 


20대 국회가 당분간 무생물 국회로 지낼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원책 변호사 / JTBC '썰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더민주가 원하는 법안은 새누리에서, 새누리가 원하는 법안은 더민주에서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려는 '서비스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을 끝까지 반대하는 더민주의 모습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민주가 집권했던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절대적인 '악법'으로 규정해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새누리의 과거 모습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10여 년 전 한국 경제를 주도한 조선업이 휘청이고,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후반으로 잡았다.

 

실업률을 넘어 경제에 참여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민생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는 경제'라고 외치는 정치권이 '무생물' 국회라는 오명을 벗고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영화 '광해'에 나온 허균의 명대사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얻는 정치"가 필요해진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