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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할머니'가 태어나 처음 한글 깨우치고 지은 시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륜이 묻어난 재치있는 한글 시가 누리꾼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다.

인사이트

논산시청,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배수람 기자 =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륜이 묻어난 재치있는 한글 시가 누리꾼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다.


논산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최근 '2016년 어르신 한글대학' 수료식이 열려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의 시화전 작품들이 소개됐는데, 가장 눈에 띄는 양옥순 할머니의 시는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양 할머니는 "평생 글 몰라도 잘 살았다"며 "그런데 이장이 공부하라니 (하는데) '미음'이 왜 이리 안돼 시브랄거"라고 유쾌하게 포문을 열었다.


이어 "양옥순 내 이름 쓸 수 있다"며 "공부를 하니 자식들이 좋아합니다. 욕 안한다고 좋아합니다"라고 센스있게 마무리했다.


아들의 이름을 읽을 수 없어 전화조차 마음껏 할 수 없던 할머니의 안타까움과 글을 깨우치고 아들에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어 행복해진 마음이 시에 녹아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일게 한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양 할머니와 함께 한글대학을 졸업한 김영순 할머니는 "이 세상에 나서 너 때문에 제일 기뻤다"며 "잘 사니 엄마는 행복하다"고 아들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시를 선보여 찡한 모성애를 느끼게했다.


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소소한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내 어르신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늦게 깨우친 한글인 만큼 어르신들이 직접 쓴 시에는 배움의 기쁨과 함께 왠지 모를 뭉클함이 배어나오기도 한다.


인사이트논산시청


앞서 논산시는 '따뜻한 공동체 동고동락'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부터 22개 마을 28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교'를 운영해 눈높이에 맞춘 한글 교육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50명이 수료한 당시 수료식에서 한 어르신은 "본척만척 지나쳤던 간판이 이제 자세히 보인다. 이제 까막눈이 아니다"라며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보람찬 순간"이라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평생 자신의 이름 하나 새기지 못해 속상했을 어르신들은 한글을 깨우쳤다는 배움의 기쁨과 뿌듯함에 학사모를 쓴 채 졸업식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배수람 기자 baeb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