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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42일 동안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 (사진)

불과 '몇 초'면 끝날 결혼식의 '버진로드'를 무려 42일간 걷고 온 현우-혜민 부부를 만났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이혜민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불과 '몇 분'면 끝날 결혼식의 '버진로드'를 무려 42일간 걷고 온 부부가 있다.


18일 세상에서 가장 긴 '900km 웨딩마치'를 울리고 최근에 돌아온 정현우(31), 이혜민(30)부부를 만났다.


웹디자이너였던 남편 현우씨와 그래픽디자인 기획편집자였던 아내 혜민씨는 6년 여의 연애를 마치고 부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모두'가 그렇듯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쳐 부부가 되기로 했지만, '누구나'하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평소 현우씨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스스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이혜민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석달 동안 떠나는 결혼식을 양가 부모님에게 허락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혜민씨는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회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듯이 6하원칙에 맞춰 대본도 쓰고 기획안도 작성했다"고 회상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 행진'을 컨셉으로 약 2년 간의 준비를 마친 혜민씨 부부는 지난 3월 스페인으로 떠났다.


순례길을 걷는 상상을 했을 때 혜민씨 부부는 '오후 두시까지 걷기를 마치고 스페인 사람들처럼 낮잠을 자고 여유롭게 보내야지'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첫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이혜민


조금 쉽게 가려 선택한 우회길은 산길이었고 눈이 미쳐 녹지 않은 3월의 산길은 첫날부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게 했다.


장장 10시간 동안 산속을 헤매다 도착한 숙소에서 혜민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남편 현우씨는 그 모습이 웃겼는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큭큭거렸다.


순례 시작 후 3주 동안 끊이지 않고 내린 비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혜민씨는 "날마다 자기 전에 '내일은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면서도 "덕분에 가끔 보이는 해와 맑은 날씨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걸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이들은 순례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사이트

사진제공 = 이혜민


길에서 만난 스님은 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축복의 말을 전했고, 자연주의 음악가는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이들에게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현우씨 부부는 사람들을 만난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순례자 여권에 찍어주는 스탬프를 만들어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찍어줬다.


스탬프를 받은 모든 이들이 현우씨와 혜민씨 결혼의 증인이자 하객이 되는 순간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100km 남짓 남겨놓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현우씨는 혜민씨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이혜민


현우씨가 순례길을 걷는 내내 가방 어디엔가 숨겨 가지고 다닌 목걸이로 혜민씨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순간, 함께 있던 순례자 친구들이 즉석에서 노래와 그림엽서 등으로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혜민씨는 순례길을 걷는 동안 "6년의 연애기간 동안에도 미처 몰랐던 서로의 빈틈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며 "그 빈큼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에 또 한 번 가시겠어요?"라고 묻는 질문에 "결혼 10주년에 다시 가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그랬듯 목적지의 4km앞에서 '왜 여기에 또 오자고 했지'라고 후회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이제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이혜민


함께 걸으며 보고 느꼈던 것을 책으로 엮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6년 여의 연애를 마치고 부부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


현우-혜민씨 부부가 준비하는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바로가기), 후원 페이지 텀블벅(☞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막 부부가 되어 함께 길을 걸어갈 이 부부의 앞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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