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함부로 잡으면 큰일 납니다"... 한때 맛있어서 인기 많았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 된 나팔고둥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나팔고둥',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지킴이


환경부는 8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대형 연체동물인 '나팔고둥'을 선정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나팔고둥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왕실 행차나 군대 행진 시 사용되던 전통악기 '나각'(螺角)에 이 고둥의 껍데기가 활용된 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나팔고둥은 과거에는 아름다운 껍데기와 풍부한 육질로 관상용이나 식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인사이트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된 나팔고둥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그러나 환경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임에도 식용 고둥 채집 과정에서 일반 고둥으로 오인돼 불법 유통되거나 식용으로 소비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팔고둥은 우리나라 고둥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성체의 껍데기 높이(각고)는 약 22㎝, 폭(각경)은 약 10㎝ 정도입니다. 껍데기는 단단하고 두꺼우며 표면은 황백색 바탕에 적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어요.


특히 몸체가 밖으로 나오는 각구(연체동물이 껍데기에서 몸체가 밖으로 나오는 입구 부분)에 흑갈색 띠무늬와 주름, 백색 돌기가 뚜렷하게 나타나 다른 식용 고둥류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나팔고둥의 생태적 특성과 중요성


나팔고둥은 일반 고둥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각시수염고둥은 각구에 흑갈색 무늬, 주름, 다수의 백색 돌기가 있으나, 껍데기에 털이 조밀하게 나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인사이트나팔고둥과 일반고둥을 구별법 / 환경부 제공


매끈이고둥과 관절매물고둥의 경우 체형은 나팔고둥과 비슷하지만, 성체 크기가 약 7~9㎝로 작으며 흑갈색 띠, 주름, 백색 돌기가 없습니다.


나팔고둥의 생태적 특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암수가 구분되며 체내수정을 하고, 산란은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이루어집니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 연안의 수심 20~200m 사이에 분포하며, 낮은 수심에서는 암반 위에서 주로 관찰됩니다.


특히 나팔고둥은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불가사리에게 잡아 먹히는 다른 고둥류와 달리 불가사리를 주요 먹이원으로 삼으며, 제주도에서는 빨강불가사리를 주로 먹는데요.



인사이트나팔고둥은 불가사리에게 잡아 먹히는 다른 고둥류와 달리 불가사리를 주요 먹이원으로 삼으며, 제주도에서는 빨강불가사리를 주로 먹는다. / 국립생태원 제공


별다른 천적이 없는 불가사리는 바다 사막화의 주범으로 불리지만, 나팔고둥은 하루에 한 마리 이상의 불가사리를 포식하므로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나팔고둥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nibr.go.kr)과 국립생태원 누리집(nie.re.kr)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