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9일(화)

한국인의 보양식 '민물장어' 먹기 힘들어지나... EU에서 멸종위기종 지정 가능성

EU, 민물장어 멸종위기종 등재 제안... 국내 양식업계 비상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7일 여름철 보양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민물장어(뱀장어)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Ⅱ에 등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개최되는 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Cop20)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요.


"썸녀가 첫 데이트 때 '장어'를 먹으러 가자는데 이거 무슨 뜻인가요?"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뱀장어는 국내 내수면 양식업의 대표적인 수산물로, 지난해 기준 생산액이 5140억원에 달해 전체 내수면 어업의 약 74%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만약 뱀장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다면, 치어인 실뱀장어를 약 8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양식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뱀장어 양식업계의 실뱀장어 수급 위기


뱀장어는 민물에서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해 바다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강하성 어류입니다.


국내 뱀장어 양식업계는 치어인 실뱀장어를 전적으로 자연 포획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국내로 회유하는 실뱀장어를 포획하거나 중국, 대만 등에서 수입한 실뱀장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2023년 기준 실뱀장어 수입 의존도가 약 80%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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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될 경우, 국제 거래 규제로 인해 치어 수입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크게 증가하게 되어 양식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5일 '실뱀장어 민관협의체'를 발족하고, 뱀장어 자원관리와 국제 대응 방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24일 제2차 실뱀장어 자원관리 협의회를 개최하여 그간의 CITES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뱀장어 자원 보존을 위한 동북아국가 협의회' 개최 결과와 향후 대응 계획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앞서 열린 '제18차 동북아국가 협의회'에서는 뱀장어의 CITES 등재 반대를 위한 과학적 근거와 4개국의 자원관리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준비 중인데요. 해수부는 향후 외교부와 협력하여 등재 반대 입장을 지지하는 우호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 마련 시급


fish-1064497_128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bay


전문가들은 민물장어의 멸종위기종 등재 가능성에 대비해 단계별로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순 어업양식산업 연구실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CITES 등재 자체를 방지하는 방안으로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유도하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등재가 결정되더라도 CITES 협약 제23조 '유보 조항'을 활용해 등재의 적용을 보류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우리나라는 과거 돌묵상어, 고래상어, 해마에 대해 유보를 선언한 전례가 있어 실뱀장어의 경우에도 유보 활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수입국인 한국은 수출국인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양국이 동시에 유보를 선언해야 교역 제한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외교적 조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최 연구실장은 "만약 CITES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일부 양식 어가는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등 정책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실뱀장어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공 종자 생산을 포함한 완전 양식 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필수적이므로,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보급 확대가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