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일)

日 재판관도 벌벌 떨게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법정 증언

인사이트영화 '허스토리'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지금 기회를 줄게. 인간이 돼라"


일본 재판관들 마저도 숙연하게 만들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외침.


비록 일부 승소에서 그쳤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본에 책임을 물었던 '관부재판'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에서 중요한 페이지로 남았다.


최근 위안부 소재의 영화 '허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모티브가 된 '관부재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부재판은 1992년 부산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세 분과 근로정신대 할머니 일곱 분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과 사죄를 요구한 소송을 낸 재판을 말한다.


여기서 '관(関)'은 재판이 시작된 시모노세키를, '부(釜)'는 한국의 부산을 의미한다.


할머니들은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무려 6년간 긴 법정 싸움을 벌였고, '일부 승소'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인사이트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조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동포조차 외면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까지 할머니들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치욕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리고 증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재판장 앞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들끓었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이 투쟁을 시작한 건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이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였다.


인사이트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다행히 할머니들에게도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일본 시민단체 '전후 책임을 묻는,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후쿠야마 연락회' 등이 할머니들을 도왔다.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서 1심이 열렸다. 피해자들은 1억엔의 보상을 청구했다.


소송 제기 6년 뒤인 1998년 4월 27일 시모노세키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국회가 침략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법 제정 의무를 게을리했고, 피해 여성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책임을 물어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각각 30만엔씩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한다.


60여 건에 달하는 일본 사법부의 전후보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값진 결과였다.


인사이트영화 '허스토리'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향한 물꼬를 텄다는 기쁨도 잠시, 2001년 일본 정부의 항소로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에서 열린 2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다.


전쟁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사죄에 대한 입법은 국가의 도의적 의무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사이 국내에도 관부재판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03년 대법원에서도 패소가 확정됐고, 끝내 피해자들은 사과를 받지 못했다.


2017년 관부재판의 마지막 원고였던 故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재판에 참여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모두 세상을 떠났다.


눈감기 전 '잘못했다'는 소리 한 번 들어보는게 소원이라 했던 할머니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8명. 고령의 할머니들은 지금도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용기있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인사이트故 이순덕 할머니 / 마리몬드


한편 영화 '허스토리'는 한국 정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일본 정부와 싸웠던 전쟁피해자 할머니들의 강인함을 '관부재판'이라는 실화를 통해 담아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은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김희애와 김해숙이 주연으로 열연한다.


김해숙은 일본군의 만행을 모두 견뎌낸 '위안부' 피해자 배정길 역을, 김희애는 피해 여성들을 위해 앞장서는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다.


이밖에도 이유영,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이 출연해 가슴 뭉클한 감동 실화를 끌어낼 전망이다. 2018년 6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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