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놈이 담뱃불 붙여 내 자궁에 넣었다"…위안부 피해 할머니 증언
16살에 일본으로 끌려가 12년 넘도록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대일 할머니의 증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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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018년 새해가 밝자마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영면에 들었다는 비보였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31명밖에 남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진실을 밝히고 사죄를 받기 위해 벌써 수십 년을 넘게 싸우고 있지만 일본은 모든 책임이 끝났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보수 세력들은 위안부가 공창으로 운영됐으며, 전혀 강제성이 없었다는 역사 왜곡까지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16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12년 넘게 고초를 당했던 故 김대일 할머니의 참혹한 회고록이 재조명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서울시
김 할머니는 1916년 10월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태어났다. 할머니에겐 부모님과 삼형제까지 5명의 식구가 있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할머니는 12살 때부터 이름 모를 부잣집으로 끌려가 종으로 살았다. 이후에는 또 돈 몇 푼에 팔려 일본인이 운영하는 방직공장에 들어갔다.
16살이 되던 해 일본 오사카로 건너간 할머니는 '덴노지 병원'에서 일을 했다. 2년 뒤인 1934년 병원장이 김 할머니를 성폭행했고, 이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된 병원장은 '종군위안부' 명단에 김 할머니의 이름을 적는다.
이것이 김 할머니가 지옥보다 더 지옥 같았던 일본군 위안소에서 고초를 겪는 시발점이 됐다.
(좌) 영화 '귀향', (우) 故 김대일 할머니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군 동경 제12사단 '종군위안부'로 중국 장춘까지 끌려간 김 할머니는 '이시가와 스지에'라는 일본 이름과 함께 12번을 부여받았다.
새벽엔 마당 앞에서 일본 천황을 찬양하는 '궁성요배'를 강요 당했고,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30~40명의 일본군들을 상대해야 했다.
식사로는 보리밥 한 덩이와 절인 무 한 조각이 제공됐다. 어느 날엔 일본군 2~3명이 자기가 먼저 하겠다며 달려드는 일도 있었다.
하루는 50명을 상대하다 쓰러진 날이 있었다. 그러자 일본군들은 김 할머니에게 마취약을 먹이고 담배에 휘발유를 묻혀 자궁, 입, 코 등에 꽂아 화상을 입게 했다.
한 장교는 김 할머니를 욕보인 후 군에서 키우는 셰퍼드에게 "이제 네 차례다"라며 김 할머니를 덮치게 했다.
영화 '귀향'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패전이 확실시되자 일본군들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위안부를 학살하기 시작한다.
위안부 150여명을 두 줄로 세운 일본군은 뒤에서 한 명씩 머리를 벴다. 김 할머니가 그 줄에 있었다.
김 할머니는 "피가 비처럼 쏟아지는 날 정신을 차려보니 시체 속에 묻혀 있었다"며 "그날 목숨을 건진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김 할머니는 목덜미에 칼로 베인 흉터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했다.
영화 '귀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에도 김 할머니는 일본의 야만적인 행위를 폭로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당당히 대중들 앞에 서서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 했던 김 할머니는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2005년 숨을 거뒀다.
비록 김 할머니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피울음 가득한 증언은 여전히 일본군의 만행을 증명하고 알리는 소중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