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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우리 헤어지자"···누리꾼들 오열하게 한 고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연하남의 글

무려 4년 넘게 사귄 연인에게 헤어짐을 고할 수밖에 없는 남성의 사연이 슬픔을 자아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는 한 고려대학교 학생의 글이 화제다.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누나, 우리 이제 헤어지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남성 A씨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같은 학교 출신 여성 B씨와 4년째 연애 중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은 A씨가 군대를 가는 등 여러 역경이 있었지만 오직 '사랑'으로 험난한 연애를 극복해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문제는 A씨의 전역 후에 찾아왔다. A씨는 "막상 전역하고 나니 누나는 너무 멋있는 사람이 돼 있었다"며 "나는 이제 복학한 2학년인데 누나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사회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이해 못할 거라며 그냥 핸드폰만 보는 누나가 밉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1년을 만나니 우리는 한달에 한두 번 보기도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같이 걸을 때면 잡던 손을 이제 불편하다고 잡지 않던 누나, 6시간에 한 번 오면 다행인 연락, 5분을 넘기지 못하는 통화들···"이라고 말하며 B씨와 멀어진 사이를 회상했다.


A씨는 B씨가 종종 말했던 같은 부서에서 잘 챙겨준다는 남자가 신경 쓰인다고도 털어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남자의 직감인데 그 사람은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 속에 딱 붙어 앉아 있는 누나와 그 사람이 너무 잘 어울려서 편의점 구석에서 (사진을 보며) 울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이날도 만나자마자 피곤하다며 데이트를 취소하고 잠에 빠져든 B씨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는 A씨는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내가 더 나쁜 놈처럼 보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나도 나도 딱히 잘못한 게 없다. 그래도, 여기에서 그만하는 게 맞을 거다"며 "그래서 아마 헤어진 다음에 나는 꽤나 슬플 것 같아. 이제 못 볼 테니, 꿈에서라도 한 번 더 보게 얼른 자야겠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달라진 상황 속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짐을 고해야 하는 남성의 절절한 고백은 현재 10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의 '좋아요'를 받으며 공감을 얻고 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눈물이 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런 이별이 제일 슬프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


누나, 이제 우리 헤어지자. 4년 넘게 만나 5년째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 정도면 너무 오래 만났다. 이제 나도 다른 사람 좀 만나보려고.

철 없던 새내기 시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과잠을 입은 채로 누나 학교를 갔었어. 고등학교 친구를 보러 말야. 학교 진짜 예뻤는데. 근데 친구들이랑 걷고 있던 누날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려, 혹시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할까봐 과잠을 친구에게 맡기고 누나에게 뛰어가 번호를 물어 봤었지. 머뭇거리다가 번호를 준 그 순간만큼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그 때 누나의 표정, 향수 냄새, 손짓, 목소리 하나하나. 내 새내기 시절은 온통 누나로 가득했어. 알고 보니 누나는 나보다 나이가 꽤 많았지. 몇 살 차이인지 말하면 자기가 늙어보인다고 싫어했으니 굳이 적지는 않을게.

1년 동안 정말 매일매일 봤던 것 같아. 카페를 가든, 산책을 하든, 술을 마시든 누나랑 하는 모든 게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 사귄 지 일년쯤 되던 때 난 군인이 됐어. 내가 군대 가기 전 날 서로 껴안고 펑펑 울었던 것, 수료식에 와서 내게 폭 안겼던 것, 첫 휴가부터 말출까지 누난 묵묵하게 내 곁을 지켜줬어. 내가 상병 2호봉이었나 3호봉이 됐을 때 누나는 직장인이 됐지. 전화로 서로 엉엉 울며 축하한다고 했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는 전역한 지 오래다. 시간 참 빠르다, 그지?

막상 전역하고 나니 누나는 너무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 난 이제 막 복학한 2학년이었고, 누나는 직장에서 자리잡은 사회인이고. 그 차이를 내색하지 않고 견디기에는 내가 철이 덜 든 것 같아. 카페에 앉아 얘기할 때면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이해 못할거라며 그냥 핸드폰만 보는 누나가 밉진 않아. 맞는 말이니까.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간다고 하면 회식이 있다, 피곤하니까 다음에 보자는 누나가 밉진 않아. 누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니까. 이렇게 1년정도 만나니 우리는 한 달에 한 두 번 보기도 힘들게 돼버렸더라. 그리고 같이 걸을 때면 잡던 손을 이제 불편하다고 잡지 않던 누나, 6시간에 한 번 오면 다행인 연락, 5분을 넘기지 못하는 통화들.

또 있잖아, 누나가 종종 말했던, 같은 부서에서 누나를 되게 챙겨준다는 그 사람 생각을 가끔 하곤 해. 남자의 직감인데, 아마 그 사람은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 속에 딱 붙어 앉아 있는 누나와 그 사람이 너무 잘 어울려서, 난 교양관 옆에 있는 편의점 구석에서 몰래 울고 말았어. 그 사람은 몇 년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누나가 가끔 욕하던 상사들 얘기에 맞장구도 쳐줄 수 있을거고, 이것저것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일거야. 누나, 그 사람 좋아해도 돼. 카카오톡 알림이 뜰 때마다 이제 굳이 가리지 않아도 돼.

오늘도 만나자마자 피곤하다며, 전시회 대신 그냥 쉬러 가자는 누나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방학 중인 학생이 직장인에게 떼를 쓸 수는 없잖아. 난 애써 웃으며, 그래 나도 마침 피곤했어 라고 거짓말을 하며 가까운 곳을 찾아 들어갔지. 누나는 야속하게도 씻고 바로 자버리더라. 나에게 등을 돌린 채 핸드폰을 조금 보다가. 스킨십 따위가 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누나랑 얘기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하는 수 없이 나도 눈을 감고 자려 하니 눈물이 조금씩 나오더라. 혹시 곤히 자는 누나를 깨울까봐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나왔어. 그리고 지금까지 잠이 안 와 그냥 누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야.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면 내가 더 나쁜 놈처럼 보일지 고민하면서 말야.

나도, 누나도 딱히 잘못한 게 없어. 나도, 누나도 어쩌면 아직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 그래서 아마 헤어진 다음에 나는 꽤나 슬플 것 같아. 그래도 누나, 여기에서 그만하는게 맞는 거겠지? 내가 또 그 정도 눈치는 있잖아. 사랑한다는 말과 헤어지자는 말은 같이 나올 수 없지만 이번에는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이제 못 볼테니, 꿈에서라도 한 번 더 보게 얼른 자야겠다.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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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