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물 쏟으며 '세월호 구조헬기' 추락 현장서 동료 시신 수습한 소방관들 (영상)
처참하게 훼손된 동료 소방관의 시신을 수습하며 구조대원들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오열했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다 타버리고 뼈만 앙상히 남아 있더라"
3년 전 세월호 수색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헬기에 타고 있던 소방관 5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은 펑펑 눈물을 쏟으며 다 타버리고 뼈만 남은동료 소방관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난달 17일 EBS 1TV '다큐시선'에서는 '소방관, 영웅의 트라우마'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단 박형주 구조팀장은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제작진을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로 안내했다.
이곳은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수색 지원을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이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자리였다.
3년 전 광주 도심 한복판에 소방 헬기 한 대가 곤두박질쳤다. 비행 5분 만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강한 폭발에 커다란 헬기는 형체도 없이 불에 타버렸고, 남은 잔해 만이 주변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박 구조팀장은 '강원소방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비규환으로 변한 사고 현장에 구조대원들이 출동했다. 이들은 헬기 잔해 속에서 참혹하게 훼손된 동료의 시신을 직접 수습해야 했다.
숨진 소방관은 어느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자, 아들이었다.
구조대원들은 '피부 조직 하나라도 온전하게 그들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동료의 시신을 찾아 헤맸다.
하필 그날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박 구조팀장은 "이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당시 현장에 참여했던 구조대원들이 서로 울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고열에 의해 신체 일부가 탔던 냄새가 지금도 자신의 몸에서 나는 것 같다"며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 구조팀장과 함께 현장 수습을 나갔던 광주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황준호 소방관 역시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황 소방관은 "마지막까지 조종사가 조종간을 안 놓고, 손이 (조종간을) 잡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시민들을 피해서 착륙을 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말 안타깝고 뇌리에는 우리 동료라는 생각에, 내가 저 상황에서 죽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현장에는 순직 소방관의 이름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리본을 어루만지던 박 구조팀장은 "다른 건 잊어버려도 이곳 현장을 잊어버릴 수 없다. 밟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 세월호 구조헬기 추락사고로 강원소방본부 소속 故 정성철 소방경 기장, 故 박인돈 소방위 부기장, 故 안병국 소방장 정비사, 故 신영룡 소방교 구조대원, 故 이은교 소방사 구조대원이 순직했다.
현재 순직 소방관 5명은 국립 대전 현충원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