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아 제자리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동물 카페 라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 카페가 동물과 인간에게 모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 카페가 동물과 인간에게 모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엠빅뉴스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동물 카페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동영상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라쿤 카페' '미어캣 카페'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동물 학대와 위생상의 문제점을 폭로했다.
영상에 등장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라쿤 카페에서는 한 마리의 라쿤이 제자리에서 2분 동안 약 60회를 왔다 갔다 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이항 교수는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갇혀있는 동물, 특히 행동반경이 넓은 동물에게 많이 나타나는 병리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형행동이란 틀에 박힌 것 같이 가소성 없이 반복되는 행동을 뜻하는 말로 격리 사육하는 동물이나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종종 보이는 행동이다.
다른 라쿤들은 제자리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미어캣들은 라쿤과는 달리 마치 나무에 오르려는 듯 비교적 활발하게 사람의 몸을 오르내리고 땅을 파듯 다리를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방문객들은 이를 보고 미어캣들이 사람을 좋아해서 하는 행동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이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항 교수는 "(나무가 없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사람한테 기어오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인영 간사는 "미어캣은 땅을 파는 것을 좋아하고 굴에서 생활을 하는데 본능을 전혀 충족시켜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영상에서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라쿤의 등가죽을 잡고 집어 올려 의자에 내동댕이 치거나 손바닥으로 라쿤을 때리는 등 학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한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둘러싸인 동물들은 자신을 만지는 손길을 피하지 못하고 이를 모두 받아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동물들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피하고 싶어도 피할 곳이 없다"며 "자기만에 공간에 가서 쉴 수 있는 공간, 사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 카페는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최근 라쿤 카페에서는 방문객들이 라쿤에게 물리는 경우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항 교수는 이에 대해 "라쿤은 광견병의 숙주 동물"이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위생 조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동물 카페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사스 등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신종 질병 또한 야생동물로부터 온다"고 말했다.
특히 라쿤의 분변을 통해 라쿤의 회충이 공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있으며 사람이 이를 흡입하면 뇌가 손상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카페에 날아다니는 털과 분진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나 먹는 과정에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강아지, 고양이 등 6종 동물을 전시하는 업소는 법이 정한 인력과 시설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라쿤과 같은 나머지 동물은 법 적용이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