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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록물', 일본 방해에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패'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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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에 실패했다.


위안부 기록물과 같이 등재를 신청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31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가 이날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등을 통해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심사해 '대화를 위해 등재 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은 위안부가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The 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가치를 심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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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상 규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 정부의 저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고,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15년 단독으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신청했다가 유네스코로부터 다른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받았다.


이에 따라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명칭으로 지난해 등재를 재신청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천744건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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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모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바쿠후(幕府, 무사정권)의 요청으로 일본에 12차례 파견한 외교사절에 관한 기록을 지칭한다.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으로 나뉘며 기록물 수는 111건, 333점이다. 1783년 변박이 초량왜관을 그린 '왜관도'와 신유한이 1719년 통신사로 다녀온 뒤 쓴 '해유록'(海游錄) 등이 포함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전쟁을 치른 양국이 사절단을 통해 문화교류를 이어갔고 평화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왕실의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은 의례용 도장인 어보 331점과 세자 책봉이나 직위 하사 시에 대나무나 옥에 교서를 새긴 어책 338점으로 이뤄졌다.


유교 국가인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제작 연대에 따라 서체와 장식물이 조금씩 다른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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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일제 항거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는 문건 2천472건으로 구성됐다. 1907년부터 1910년까지 나랏빚을 갚기 위해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끊고, 여성들은 반지를 팔아 돈을 모으는 과정을 쓴 수기와 언론 보도 등이 포함됐다.


국가적 위기에서 시민들이 책임을 다한 기념비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 온전히 보관돼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조선통신사 기록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 3건이 등재되면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6건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세계기록유산에 처음 등재시켰고 2001년에는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요절, 2007년에는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 2009년에는 동의보감을 각각 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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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11년에는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2013년에는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 2015년에는 한국의 유교책판과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네스코는 이번에 125건을 심사해 78건을 세계기록유산에 신규 등재했다.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427건이 됐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1992년 시작한 사업으로 한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준 자료, 역사적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가 등재 대상이다.


"'돈줄' 일본 의식했나"…유네스코, 위안부 기록 유산 등재 보류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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